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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0 18:21 수정 : 2005.10.20 18:21

왜냐면 재반론 - 김재혁 부장의 ‘방폐장은 환경보호 시설이다’ 를 읽고

대상지에서 반지름 20km 정도 안의 주민에게는 투표권을 하나, 혹은 둘 정도 추가로 인정할 필요도 있다. 위험을 더 많이 안아야 하는 사람들도 동일한 투표권을 가지게 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문제를 합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문제가 가진 어려움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 합법적 절차가 한수원이 생각하는 대로 방폐장이 선정될 수 있는 방법이 되고, 어느 한 지역에서 실제 주민 찬성이 높을 가능성이 있을 때는 합법·비합법을 떠나서 환경 운동가들은 몸을 던져서 저지하게 된다.

방폐장 문제는 합법 자체가 폭력이다. 방폐장 건설은 법이 아닌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고, 그 기준을 모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수준에서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찾아보면, 하나, 투표라는 방식을 인정하자. 둘, 방폐장을 건설하는 게 핵폐기물을 관리하는 데 안전하다. 이 두 가지는 대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떻게 투표할지에 대해서는 한수원이 생각하는 전체 주민의 3분의 1 이상 투표에 투표 주민의 2분의 1 이상 찬성은 아니다. 투표 횟수를 1회로 하지 말고, 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투표할 때까지로 한다. 한 번 해서 3분의 2가 넘으면 한 번으로 끝나지만, 안 될 경우 1차 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다시 투표한다. 합해서 3분의 2가 될 때까지 하는데, 여러 지역에서 진행될 경우 어느 한 지역에서 결정이 되면 중단한다.

투표가 계속되는 동안은 투표했던 사람이라도 약간의 절차를 거쳐 자기 표를 무효로 하고 재투표가 가능하게 한다. 이런 재투표를 위해 자기 이름을 쓰고, 도장이나 지문을 날인하고 투표한다. 찬성률도 2분의 1이 아니라 3분의 2 정도로 한다. 이러면 전체 주민의 3분의 2 이상 투표에 투표 주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되는데, 이렇게 해도 전체 주민의 44%만 확보하면 통과시킬 수 있다. 문제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이 정도는 돼야 할 것 같다.

투표에서 또 하나 문제가 되는 게 지역, 세대 사이 문제다. 방폐장 예정 지역은 대부분 아주 외진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외진 지역은 대부분 2~3개 시·군이 인접한 곳이다. 이런 문제를 감안할 때 방폐장 신청 자체가 2~3개 인접 지역에서 공동으로 결정하는 게 지역 형평에 맞다. 또 대상지에서 반지름 20km 정도 안의 주민에게는 투표권을 하나, 혹은 둘 정도 추가로 인정할 필요도 있다. 위험을 더 많이 안아야 하는 사람들도 동일한 투표권을 가지게 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세대 문제도 비슷한 눈으로 봐야 한다. 나이가 70~80대인 경우 방폐장이 건설되기 전에 대부분 돌아가시게 된다. 방폐장 유치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볼 계층은 어린이들이다. 초등학생 이상 어린이, 청소년들에게도 방폐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투표권을 줘야 한다. 어린이들에게도 추가로 한 표 정도는 주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조건에서 한수원이 최선을 다해 방폐장이 건설되어야 할 합리성을 알리고, 정말 의외의 결과로 어느 한 곳이 결정된다면, 한수원이 여론에서 훨씬 유리한 자리에 서게 된다. 그 때도 환경운동가 중에는 조직 결정이나 여론과 상관 없이 개인이 생각해서 행동하는 사람이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우리 세대가 평가할 수 없다. 미래 세대에는 그를 존중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 세대가 책임질 일을 해야 하고, 한수원이든 환경 운동가이든 책임을 맡은 것 뿐이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아니다.


일이 안 돼서 모든 투표에서 방폐장이 결정되지 않으면, 한수원은 순차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포기해야 한다. 우리 세대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면서 지금처럼 전기를 쓸 수 없다. 투표 결과를 공개하고, 원자력 발전 축소 계획을 발표하고, 실제 오래된 순서로 몇 곳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 중단한 상태에서 1~2년 후에 다시 투표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투표의 결과와 원자력 발전소 폐쇄 계획을 연계시키면서 계속하다보면 언젠가는 만나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한수원의 문제는 원자력 발전소와 방폐장을 다 가지고 싶은 것인데, 그럴 수는 없다. 하나를 얻으려면 자신도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한다. 결국은 한수원이 이기고 방폐장은 만들어지게 되어 있다.

우리 가족은 삼 년 째 가정에서 전기를 안 쓰고 생활하고 있다. 우린 에너지 문제가 언젠가 우리 사회를 파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양심에 따라 행동했다. 그러나, 나도 에너지에 대해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환경 운동가들도 반대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에너지 앞에서 선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재형/전남 곡성군 죽곡면 남양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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