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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0 18:29 수정 : 2005.10.20 18:29

왜냐면 반론 - 서대선씨의 “불소화는 700만 빈곤층을 위한 일이다” 를 읽고

영양 상태가 고르지 못한 빈곤 계층과 노약자, 당뇨병·신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 건강약자들이 불소의 독성에 특히 취약할 수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 회원인 서대선씨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수돗물 불소화 정책의 명분은 무엇보다도 빈곤 계층의 건강권을 사회적으로 보장하려는 데에 있다. 여기서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권은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로서 건치가 수돗물 불소화를 내세우며 추구하는 명분에 토를 달 생각은 조금도 없다. 다만 전국의 정수장에 맹독성 물질인 불소를 집어넣겠다는 발상에는 적어도 두 가지 관점에서 중요한 문제점이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수돗물 불소화의 안전성 또는 유해성 여부의 문제다. 서대선씨는 이 문제에 관해서 이승렬 영남대 교수의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거론함으로써 그가 제시하는 수돗물 불소화의 문제점을 일축하려 했다. 그러나 지금 불소화의 안전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사람들의 견해가 과연 개인적 견해에 불과한 것인가? 그들은 노벨 의학상을 받은 스웨덴의 아르비드 칼손 박사를 비롯한 세계적으로 저명한 수많은 과학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을 뿐이다.

수돗물 불소화를 추진, 지지하는 쪽에서도 이와 같은 독립적인 과학적 증언들에 대해서 단순히 미국 보건 당국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르다고 해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자료들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그 타당성을 점검해 보는 것이 진정 과학자다운 태도일 것이다.

미국 환경청(EPA) 노조 과학자들은 지금 “수돗물 불소화로 인한 이익은 거의 없고 부작용은 크다”면서 수돗물에 불소가 전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자신들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수돗물 불소화에 대해 무관심하던 미국의 주류 언론들이 최근 연달아 그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호(2005년 10월16일치)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돗물 불소화 반대 운동을 소상히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건의료 전문가’인 치과의사들 중 수돗물 불소화에 반대하거나 심정적으로 꺼림칙해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들 중 누군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발언을 해준다면 우리 같은 ‘비전문가’로서는 괜한 노력을 할 필요도 없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불소화를 추진하는 치과의사 단체의 기관지 <건치신문>의 10월18일치 기사를 보면, 왜 일반 치과의사들이 수돗물 불소화의 문제점 공론화에 용기를 내기가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다.

<건치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한국방송> ‘시사투나잇’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수돗물 불소화의 위험성을 지적한 치과의사(모자이크 처리 방영)가 누구인지를 ‘수색’하여 그를 치과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또 하나의 문제점은 수돗물 불소화 추진의 명분과 실제 사이에 있을 수 있는 괴리다. 수돗물 불소화 추진 쪽은 빈곤한 계층과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복지 차원에서 이를 추진한다고 하지만 정작 이 문제도 깊이 따져보아야 할 문제다. 왜냐하면 영양 상태가 고르지 못한 빈곤 계층과 노약자, 당뇨병·신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 건강약자들이 불소의 독성에 특히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 보건 당국의 자료에도 명백히 적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돗물 불소화는 건치 쪽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약자들에게 오히려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서대선씨는 수돗물 불소화 사업을 신자유주의 시장 논리에 대한 ‘저항’이라고까지 강변하지만 이 사업 덕분에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대가로 해서 기업이 챙기는 이익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억대가 훨씬 넘는 고가의 설치비용이 드는 불소 투입기와 수돗물에 첨가하기 위해서 비료공장의 부산물로 나오는 불화물(불화규산)을 정기적으로 사들이는 데 드는 비용을 생각해 보라.

전국의 정수장이 500개가 넘는데, 수돗물 불소화를 위해 납세자가 치러야 할 돈은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이만한 비용을 들이면 충치 예방을 위한 식습관 캠페인을 벌일 수도 있고, 도시의 빈민 계층과 농어촌 같은 소외 지역에 치과 의사들이 순회 진료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보험이 적용되는 진료과목을 대폭 늘려 치과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바로 700만 빈민 계층을 위하는 급선무일 것이다.

윤철호/사법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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