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24 17:58
수정 : 2005.10.24 17:58
왜냐면
장애인에게 교통비를 직접 지급하면 점차 장애인 엘피지 차량은 없어질 것이고 이동성은 더 감소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 가족은 어쩔 수 없이 자가용 승용차를 무리해서 장만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액화석유가스(LPG) 연료는 장애인과 택시에만 허용했다. 그러다가 여가용 차량(RV)에도 엘피지를 허용하면서 세수가 줄어들자 에너지 세제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그래서 장애인에게 엘피지 인상분을 되돌려 주기로 한 것이다.
그 뒤 정부는 장애인에게 주던 엘피지 인상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1회당 4만원 이상은 안 되고 하루에 두 번 이상 주유는 할 수 없다고 인색하게 굴더니 2004년 12월1일부터 월 250리터로 제한해 버렸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장애인 엘피지 보조금 자체를 없애버리겠다고 으름장이다. 정부는 차량을 가진 장애인과 차량이 없는 장애인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차량을 가진 장애인은 부자라 지원금을 줄 수 없고 저소득 장애인에게만 교통비를 따로 지급하겠다고 한다. 장애인에게 혜택을 더 못줄망정 고소득 장애인과 저소득 장애인을 편가르기해서 이미 있는 좋은 제도마저 없애려는 저의를 모르겠다.
또한, 교통비 직접 지급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유사한 예를 들어보자. 노인에게 교통비를 직접 보조해 주면 그 돈을 갖고 다른 용처부터 쓰기 때문에 실제로 버스 교통이용은 더 줄어드는 게 그것이다. 반대로 지하철처럼 무료이용권을 발급하면, 노인들의 지하철 이용은 늘어나고 이동이 더 자유로워진다. 마찬가지로 장애인에게 교통비를 직접 지급하면 점차 장애인 엘피지 차량은 없어질 것이고 이동성은 더 감소할 것이다.
장애인의 이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엘피지 혜택 제도에 칼을 대서는 안 된다. 정부가 정말로 자가용 승용차를 구입할 수 없는 저소득 장애인을 조금이라도 배려하려고 하면, 시내버스 무료카드 기능을 장애인 복지카드에 추가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 대표적으로 잘못된 정책은 엘피지 관련 장애인 혜택을 점점 줄이고 버스교통에서까지 장애인을 무시한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이점을 만회하려 한다면, 장애인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재정낭비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홍창의/관동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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