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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수입농산물 해결의 단초 |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불법·유해한 수입 농산물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느낀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주식인 쌀을 제외하면 5% 미만으로, 이미 우리 식단은 거의 외국산 농산물에 점령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쌀의 경우 작년 말 재협상 결과 의무 수입량이 10년간 7.96%로 타결되어 재고는 늘어나고, 소비는 감소하여 1인당 80Kg 수준으로 줄었다. 또 추곡 수매제는 폐지되고, 산지 쌀 가격은 하락하는 등 4중고를 겪고 있다. 반면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밀은 1인당 소비량이 35kg으로 늘어나 제2의 주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처럼 식량주권까지 위협받는 실정에서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수입 농산물이 우리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바로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수입 농산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밀을 자세히 살펴보자. 생산하면서 제초제·살충제·화학비료 등이 사용되고, 집하지인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에서 인천·부산항까지 30일 가량 소요되는 수입과정에서 변질과 발아 방지를 위해 방부제, 성장 억제제가 살포된다. 그리고 수입 뒤 빵 등으로 가공되면서 여기에 착색제·표백제 등이 더하여진다. 곧 밀을 세 번 죽여 식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 몸에 해로운 것은 말할 나위없다.
장수국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초라한 밥상>의 저자 마쿠우치 히데오는 그의 저서에서 그는 일본 내 유명한 장수촌을 방문하고 보리·조·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70~80대 노인들은 아주 건강하고 원기왕성하게 살아가는 데 비해 밀가루와 유제품 등 서구식 음식을 주로 먹는 40~50대 중장년층은 아주 병약하게 사는 기막힌 현실을 목격하고 자국 음식물과 수입 농산물이 건강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신토불이냐, 서구식 가공 음식을 먹느냐가 건강의 잣대가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세계 11위의 교역국인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로 상징되는 세계자유무역 체제 아래서 농산물 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다는 농업 포기론자와 ‘쌀 협상 국회비준 저지 및 식량주권 회복’을 요구하며 동시 다발적 농성과 벼 야적 시위를 확산시키고 있는 농업인들 사이에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농업은 경제가치만으로 따질 수 없다. 식량안보, 환경생태 보전기능, 전통문화 계승 등 무수한 다원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도, 다이아몬드의 ‘희소가치성’도 농업 앞에선 논리적 정당성을 찾지 못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농업의 가치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다. 산소와 햇빛이 없으면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강을 제공해 주는 우리 농산물의 고마움을 늘 잊고 살아간다.
유해한 수입 농산물 피해를 막기 위해 비양심적인 농산물 수입·유통업자들에 대한 처벌 강화와, 원산지 표시제 실시 등과 같은 법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되지 못한다. 정부는 지금껏 불법 저질 중국산 수입 농산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후 약방문식 대응으로 소비자로부터 많은 불신을 받아 왔다. 이제는 유해 수입 농산물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여 재발을 방지하고 사전 예방활동을 강화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정성균/농협구례교육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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