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0.26 20:44
수정 : 2005.10.2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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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민/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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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지구를 100명의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고 한다면 10명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 중 8명은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고, 또 그 8명 중 한 명은 나와 무척 가까운 사람이다.
10년 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전국을 누비던 그 사람은, 10년째 아내에게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다. 가장의 실업과 오랜 치료에 살림은 궁색해지고, 해마다 옮기는 집은 점점 작아졌다. 하루 종일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복음성가가 이젠 지겹다고 그의 딸은 말한다. 기도 없이는 희망도 없다고 나무라지만, 어머니는 딸이 가여워 목이 멘다.
애써 짓는 웃음에 아버지의 얼굴은 오히려 일그러진다. 움푹 팬 두 볼과 듬성듬성 빠진 치아, 몇 분 안으로 다 셀 수 있을 것 같은 얼마 안 남은 머리카락. 사람들은 아버지의 얼굴이 징그럽다고 피한다.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말주변도 좋은 아버지는 사고 전처럼 사업을 하고 싶지만, 거래처에서 부담스러워 한다. 전에는 가끔 어머니가 아버지를 대신해서 거래처를 상대하기도 했지만, 요즘 어머니의 건강도 악화되어 자신의 직장조차 그만둔 상태다. 그 딸은 자기가 우울증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2%로 정하고 있다. 독일처럼 5%를 의무고용률로 정한 나라에 못 미칠 뿐 아니라, 그나마 지난해 실제 고용률도 1.26%에 불과했다. 그런데, 고용률을 얼마나 달성했는가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바로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심리학자 애브라함 매슬로의 이론을 빌리면, 1차적으로 생리적 욕구가 해결된 사람은 단계적으로 안전, 사랑과 소유, 사회로부터의 인정, 자아실현 등의 욕구를 충족시킬 때 행복할 수 있다. 경제력을 기르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을 때 상위 욕구가 충족되는 것이며, 이를 위한 근본적인 수단은 안정적인 직업이다.
의료와 연금의 혜택을 통해 1차적 욕구가 해결되었다고 우리의 책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2차적인 사회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내가, 기업이, 국가가 도와야 한다. 일할 수 있는, 일하고 싶은 장애인은 바로 내 이웃, 내 가족, 그리고 나 자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효민/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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