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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27 20:02 수정 : 2005.10.27 22:26

최기훈 서울 영등포구치소 교도관

독자칼럼

벌써 늦가을로 접어들었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고 금세 스산한 기분에 휩싸여 한잎 두잎 떨어지는 낙엽을 보노라니 문득 마음의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다. 요 며칠 사이 편지 몇 통을 썼다. 하긴 요즘처럼 편리한 사이버 시대에 펜으로 꾹꾹 눌러 편지를 쓰기가 짐짓 뜨악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내 편지는 이 고즈넉한 가을을 며칠이라도 더 붙들고 싶은 간곡한 희망을 담고 싶었다.

지난여름, 나는 아주 소중한 편지 한 통을 받았었다. 편지 첫 글이 ‘평생 잊을 수 없는 교도관님께’라고 써 있어서 가히 부담스러웠으나, 편지를 읽어 갈수록 그 친구(?)의 진실한 마음을 엿보며 오히려 부끄러움이 밀려왔지 뭔가.

그 친구와의 만남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기야 하루에도 수많은 수용자를 마주 대하는 것이 우리 일상이지만, 몇 해 전부터 전국 교도소에서 역동적인 교화프로그램으로 각광받는 ‘아버지학교’를 통해서였다.

나는 아버지학교 스태프로 어느 교도소 아버지학교에 참여했는데, 마지막 시간, 수용자들의 발을 씻어 주는 예식이 있었고, 사뭇 엄숙하고 경건함마저 느껴졌다. 나는 그의 두 발을 정성스럽게 씻어준 다음 그를 꼭 안아주었다. 그는 울었다. 나 또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고! 그는 그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 하였다.

“저는 9년 형기 중에 7년을 살았습니다. 남은 형기는 정말 믿음 생활 잘해서 사회로 복귀할 때는 온전히 변화된 모습이 될 것입니다. 한때는 건달 생활로 목에 힘을 주던 제가 성의(聖衣)를 입고 노래 부르는 새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기쁨으로 고백합니다. 더 이상 부끄러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나를 찾았다고 믿습니다. 이제는 부끄럽지 않습니다….”

오늘은 교정의 날 60돌이다. 교정의 이념은 이렇듯 숭고하고 아름다운 가치 그 이상일진대 비단 교도관들만의 직임이기에 앞서 온 국민의 관심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기훈/서울 영등포구치소 교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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