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8 18:21
수정 : 2005.11.0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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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동/<한국방송> 국제방송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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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독감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보고된 독감 사망자 수는 100여명 정도이지만 미국은 연간 4만명에 육박한다.
미생물학자들은 감기와 독감 바이러스가 사람 손에서는 2시간, 문 손잡이·컴퓨터 자판 등 딱딱하고 건조한 표면에서는 20분 정도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재채기할 때 손으로 입을 가렸던 사람과 2시간 안에 악수하거나 그 사람이 만진 문의 손잡이를 잡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기나 독감에 걸리기 십상이다.
2년 전 겨울이다. 내가 번역한 책의 저자를 만나기 위해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를 찾아간 적이 있다. 악수를 청하려고 내민 손이 부끄럽게 거절당했는데, 독감이 걸릴지 몰라 조심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는 그가 시키는 대로 내가 직접 다과를 찾아서 먹어야 했다.
독감에 대한 미국인들의 과민증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어떤 정치인은 악수를 거절하면서 ‘독감예방 요령’을 담은 소책자를 나누어주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여 화제가 되었는가 하면, 몇해 전에는 악수를 대신할 여러 가지 대체 인사법이 제시되기도 했다. 고개 숙여 절하기, 경례하기, 손 흔들기, 등 두드리기, 무릎을 굽혀 한 발을 뒤로 내면서 인사하기…. 심지어 악수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한 도시들도 등장했다.
오랜 세월 문명사회의 예의범절로 자리잡은 악수가 겨울에는 병균을 옮길 수 있는 기피 풍속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애초에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로 나타났다는 악수가 이제는 독감 바이러스라는 ‘무기’를 옮기는 매개체로 변해버렸다.
올 가을 미국미생물학회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화장실 이용자의 3분의 1이 손을 씻지 않고 화장실을 나선다고 한다. 남자는 네 명 중 한 명이 손을 씻지 않은 반면 여자의 경우 90%가 손을 씻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겨울에는 인간 독감뿐만 아니라 이의 조상 뻘인 조류 독감의 인간 감염에 대한 불안이 증대되고 있다. 조심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악수를 대체할 인사법까지 나오는 것을 남의 나라의 신경과민으로 치부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 안 그랬다면 오늘부터라도 화장실을 나올 때 10초 정도 손을 씻는데 투자하는 것이 어떨까.
김혁동/<한국방송> 국제방송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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