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1.09 19:48
수정 : 2005.11.0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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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수 좋은교사운동 상임총무·전 구로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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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우려대로 교원평가협의회가 무산되었다. 정부는 일방 강행을 예고했고, 교원단체들은 저지투쟁을 경고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책임에서 교육부는 자유롭지 않다. 문제가 터지기 전 온갖 중재안에 모르쇠로 일관하며 강행에 자신감을 비치더니, 어느날 갑자기 이상한 게임규칙을 가진 협의회를 만들어 부질없는 희망을 키우다가, 결국 세월만 허비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서툰 일 처리 방식이 교원평가제 반대를 정당화시켜 주지는 않는다. 교육부는 믿는 구석이 있다. 국민 여론의 힘이다. 일부 교원들은 이 국민 여론을 언론 선동에 의한 일과성 현상으로 보지만 이는 오판이다. 다른 사안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교원들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자신이 학생과 부모로서 최소한 20여년 이상 교사들을 겪으면서 얻은 절절한 체험에서 비롯됐다. 그렇기 때문에 힘있고, 그렇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
교직사회는 여러 해 동안 교사에 대한 국민의 고통에 대답하지 않다가 오늘에 이르렀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맞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교사에게 부담스러운 교원정책은 국민의 불신을 먹고 자란다. 그 불신에 대답하지 못하면 제도와 정책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위기의 실체는 교원평가제도 ‘도입’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고립’에 있다. 국민과 함께 풀어야 할 교육개혁의 과제가 산적했는데, 국민의 등을 돌려놓고 우리가 무엇을 이루겠다는 말인가. 교육부가 강제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함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시원케 해야 한다. 그래야 나쁜 제도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낼 ‘언권’을 얻을 수 있다. 지금 상태라면 교원들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들을 국민이 없다.
교육부와 싸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국민과 대결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국민은 교원들이 교육부와 싸운다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과 대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원단체들이 40만 교원을 전체 국민과 대결하게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국민의 생각이 설령 부당하더라도 교권이 국민으로부터 나온 이상, 그 생각에 굴복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 함께, 새 평가제도를 지렛대 삼아 오랫동안 교사들을 무기력하게 만든 잘못된 제도와 싸울 수 있다. 시간을 낭비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송인수/좋은교사운동 상임총무·전 구로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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