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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24 18:37 수정 : 2017.04.24 19:04

김선수
변호사

촛불혁명은 적폐 청산을 통한 대개조로 이어져야 한다. 탄핵에 이어 헌법 개정을 통한 사회의 근본적인 구조를 변혁한다면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모범이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실현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헌법과 법률상 용어로 ‘근로’ ‘근로자’ 대신 ‘노동’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는, 근로는 “부지런히 일함”,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근로자는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 노동자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라고 설명된다. 법률용어로서는 ‘노동’ ‘노동자’가 더 적절하다. 헌법 제정 당시 이데올로기적·체제적 대립 상황에서 정치적 고려에서 ‘근로’ ‘근로자’를 사용했다.

헌법은 ‘근로’ ‘근로자’란 용어를 사용했으나, 법률은 ‘노동’이란 용어를 쓰기도 한다. ‘노동조합’ ‘노동쟁의’ ‘고용노동부’ 등이 그 예이다. 판례와 교과서에서는 ‘노동3권’ ‘노동기본권’이라고 했다가 1990년대 초부터 ‘근로3권’ ‘근로기본권’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사회에서는, 특히 노동계에서는 ‘노동’ ‘노동자’를 사용한다.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제정될 때부터 ‘근로’에 대해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포괄하는 용어는 ‘노동’이다. 정신노동자와 육체노동자를 포괄하는 용어는 ‘노동자’다.

세계 노동자들이 기리는 ‘메이데이’도 사회에서는 ‘노동절’로 불렸으나 법률은 ‘근로자의 날’로 지칭했다.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변경하는 것은 법률만 개정하면 된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 용어에서 ‘근로자’를 ‘노동자’로 변경하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규범체계상 헌법에서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법률에서 ‘노동자’로 사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다. ‘1987년 체제’를 극복할 개정 헌법은 노동을 존중하는 가치를 담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고 노동 진영을 파트너로 인정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헌법 전문에 우리 사회가 지향할 가치의 하나로 ‘노동 존중’과 ‘평등사회 건설’을 명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노동3권을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지나치게 협소한 쟁의행위의 목적상 정당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33조 제1항에서 노동3권의 목적으로 “노동조건의 향상을 위하여”와 함께 “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명시해야 한다. 공무원의 노동3권에 대한 법률 유보 조항과 주요 방위산업체 종사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에 대한 법률 유보 조항은 쿠데타 후의 개정 헌법에서 도입된 독재의 잔재다.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인 제87호 협약같이 노동3권에 대한 법률 유보는 군인과 경찰로 한정해야 한다.

제헌 헌법부터 제4차 개정 헌법까지 유지되다가 5·16 쿠데타 후 제5차 개정 헌법에서 삭제된 노동자의 이익분배균점권 조항도 회복해야 한다. 헌법 제32조 제1항 근로의 권리를 ‘일할 권리’로 바꾸고, 제1항 제2문의 국가의무에 ‘고용안정’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보장을 추가하고, 제3항의 노동조건 법정주의 조항에 노사공동결정 원칙을 명시하며, 부당해고로부터의 보호와 상시적 업무에 대한 정규직 고용 원칙을 명확히 하여야 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호칭의 편견을 걷어내기 위해 ‘근로자’를 ‘노동자’로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개헌 헌법은 ‘노동’과 ‘노동자’로 용어를 바꿔 노동 존중의 정신을 담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법률 개정으로 가능한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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