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장관 ‘드론 부모’란 말이 있다. 자녀들이 성장해 대학에 들어가거나 사회생활을 해도 자녀 주변을 맴돌면서 온갖 일에 참견하는 부모를 빗댄 말이다. 대학교수를 하는 친구에게 들어보면, 우리나라도 꽤 흔한 얘기가 되었다고 한다. 대학생 아들의 학점이 왜 낮은지 따지고 수강신청을 대신 해주는 엄마, 취직을 하고도 좋은 부서에 배치해 달라고 인사부장에게 전화하는 엄마가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정부도 그런 모습이다.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일을 못 미더워한다. 지켜보고 참견하고 지도하려고 한다. 이미 클 만큼 큰 자식을 부모가 가장 잘 안답시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순간 자식은 아이를 벗어날 수 없다. 요즘 지방은 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지역경제가 안 좋아지고 일자리가 줄어들자 젊은이들이 빠져나가면서 도시가 생기를 잃고 있다.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주민들이 직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방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주민과 가깝게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답도 가장 잘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이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따지기는 어려워도 시장, 군수, 구청장을 만나기는 쉽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곳에서 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다. 결정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문제는 산적해 있다. 저출산·고령화,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소멸, 4차 산업혁명 등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도전들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런데 더 이상 중앙집권적인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국가가 정했으니 모두 따라오라고 소리쳐본들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소확행’이란 말을 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즉 큰 담론이 아니라, 소소하지만 확실한 답을 찾아 자신이 처한 현실을 타개하겠다는 의미다. 그렇듯이 이제는 개발 연대의 ‘국가’가 아니라 ‘지방’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성장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지방분권이 대한민국을 새로운 미래로 이끌 이정표다. 한편 지방분권이라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법률을 개정해서 중앙의 권한을 넘겨주면 충분하지, 굳이 어려운 헌법 개정까지 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논의하는 지방분권은 국가 사무를 이양하는 행정적 분권을 넘어선다. 중앙과 지방 간에 어떻게 권력과 자원을 나누고, 지방 상호 간에는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를 포함하여 국가운영의 틀을 근본적으로 다시 정립하자는 국민적 합의와 결단이 최고 규범인 헌법에 반영되어야 한다.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를 단 2개의 조문으로 담아내고 있다. 국회와 중앙정부가 각종 법령으로 지방자치를 세세히 규정해 줄 테니 지방은 집행만 하라는 얘기다. 법률 몇 개를 개정한다고 지방분권이 근본적으로 확립될 수 없는 까닭이다. 또한 법률을 개정해서 중앙의 권한을 넘기려 해도, 수많은 법률을 고치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공고한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권한을 잘 내려놓지 않으려 든다. 출범하는 정부마다 지방자치 활성화를 주창했지만 도돌이표였던 이유다. 프랑스가 그런 과정을 경험했다. 나폴레옹 이후 오랫동안 중앙집권적 전통을 유지했던 프랑스는 1982년부터 지방분권 개혁을 시작했다. 30년 동안 40여개의 지방분권 법률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지방분권의 가치를 위반하거나 중앙정부가 통제적 관점을 포기하지 않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였고, 결국 2003년 지방분권형 헌법으로 개정하게 된다. 그러자 지방 도시들이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쇠퇴하던 리옹은 지역 특색에 맞는 제약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하였고, 유네스코 창조 도시로도 선정되었다. 프랑스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04년 3만달러에 이어 2007년 4만달러를 돌파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드론 정부’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불균형,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와 열악한 지자체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개헌이라는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를 당장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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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드론 부모’와 지방분권 개헌 / 김부겸 |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드론 부모’란 말이 있다. 자녀들이 성장해 대학에 들어가거나 사회생활을 해도 자녀 주변을 맴돌면서 온갖 일에 참견하는 부모를 빗댄 말이다. 대학교수를 하는 친구에게 들어보면, 우리나라도 꽤 흔한 얘기가 되었다고 한다. 대학생 아들의 학점이 왜 낮은지 따지고 수강신청을 대신 해주는 엄마, 취직을 하고도 좋은 부서에 배치해 달라고 인사부장에게 전화하는 엄마가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정부도 그런 모습이다.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일을 못 미더워한다. 지켜보고 참견하고 지도하려고 한다. 이미 클 만큼 큰 자식을 부모가 가장 잘 안답시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순간 자식은 아이를 벗어날 수 없다. 요즘 지방은 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지역경제가 안 좋아지고 일자리가 줄어들자 젊은이들이 빠져나가면서 도시가 생기를 잃고 있다.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주민들이 직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방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주민과 가깝게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답도 가장 잘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이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따지기는 어려워도 시장, 군수, 구청장을 만나기는 쉽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곳에서 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다. 결정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문제는 산적해 있다. 저출산·고령화,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소멸, 4차 산업혁명 등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도전들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런데 더 이상 중앙집권적인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국가가 정했으니 모두 따라오라고 소리쳐본들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소확행’이란 말을 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즉 큰 담론이 아니라, 소소하지만 확실한 답을 찾아 자신이 처한 현실을 타개하겠다는 의미다. 그렇듯이 이제는 개발 연대의 ‘국가’가 아니라 ‘지방’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성장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지방분권이 대한민국을 새로운 미래로 이끌 이정표다. 한편 지방분권이라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법률을 개정해서 중앙의 권한을 넘겨주면 충분하지, 굳이 어려운 헌법 개정까지 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논의하는 지방분권은 국가 사무를 이양하는 행정적 분권을 넘어선다. 중앙과 지방 간에 어떻게 권력과 자원을 나누고, 지방 상호 간에는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를 포함하여 국가운영의 틀을 근본적으로 다시 정립하자는 국민적 합의와 결단이 최고 규범인 헌법에 반영되어야 한다.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를 단 2개의 조문으로 담아내고 있다. 국회와 중앙정부가 각종 법령으로 지방자치를 세세히 규정해 줄 테니 지방은 집행만 하라는 얘기다. 법률 몇 개를 개정한다고 지방분권이 근본적으로 확립될 수 없는 까닭이다. 또한 법률을 개정해서 중앙의 권한을 넘기려 해도, 수많은 법률을 고치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공고한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권한을 잘 내려놓지 않으려 든다. 출범하는 정부마다 지방자치 활성화를 주창했지만 도돌이표였던 이유다. 프랑스가 그런 과정을 경험했다. 나폴레옹 이후 오랫동안 중앙집권적 전통을 유지했던 프랑스는 1982년부터 지방분권 개혁을 시작했다. 30년 동안 40여개의 지방분권 법률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지방분권의 가치를 위반하거나 중앙정부가 통제적 관점을 포기하지 않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였고, 결국 2003년 지방분권형 헌법으로 개정하게 된다. 그러자 지방 도시들이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쇠퇴하던 리옹은 지역 특색에 맞는 제약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하였고, 유네스코 창조 도시로도 선정되었다. 프랑스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04년 3만달러에 이어 2007년 4만달러를 돌파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드론 정부’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불균형,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와 열악한 지자체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개헌이라는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를 당장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행정안전부 장관 ‘드론 부모’란 말이 있다. 자녀들이 성장해 대학에 들어가거나 사회생활을 해도 자녀 주변을 맴돌면서 온갖 일에 참견하는 부모를 빗댄 말이다. 대학교수를 하는 친구에게 들어보면, 우리나라도 꽤 흔한 얘기가 되었다고 한다. 대학생 아들의 학점이 왜 낮은지 따지고 수강신청을 대신 해주는 엄마, 취직을 하고도 좋은 부서에 배치해 달라고 인사부장에게 전화하는 엄마가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정부도 그런 모습이다.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일을 못 미더워한다. 지켜보고 참견하고 지도하려고 한다. 이미 클 만큼 큰 자식을 부모가 가장 잘 안답시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순간 자식은 아이를 벗어날 수 없다. 요즘 지방은 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지역경제가 안 좋아지고 일자리가 줄어들자 젊은이들이 빠져나가면서 도시가 생기를 잃고 있다.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주민들이 직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지방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주민과 가깝게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답도 가장 잘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이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따지기는 어려워도 시장, 군수, 구청장을 만나기는 쉽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곳에서 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다. 결정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문제는 산적해 있다. 저출산·고령화,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 소멸, 4차 산업혁명 등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도전들을 헤쳐 나가야 한다. 그런데 더 이상 중앙집권적인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국가가 정했으니 모두 따라오라고 소리쳐본들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소확행’이란 말을 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즉 큰 담론이 아니라, 소소하지만 확실한 답을 찾아 자신이 처한 현실을 타개하겠다는 의미다. 그렇듯이 이제는 개발 연대의 ‘국가’가 아니라 ‘지방’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성장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지방분권이 대한민국을 새로운 미래로 이끌 이정표다. 한편 지방분권이라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법률을 개정해서 중앙의 권한을 넘겨주면 충분하지, 굳이 어려운 헌법 개정까지 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논의하는 지방분권은 국가 사무를 이양하는 행정적 분권을 넘어선다. 중앙과 지방 간에 어떻게 권력과 자원을 나누고, 지방 상호 간에는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를 포함하여 국가운영의 틀을 근본적으로 다시 정립하자는 국민적 합의와 결단이 최고 규범인 헌법에 반영되어야 한다.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를 단 2개의 조문으로 담아내고 있다. 국회와 중앙정부가 각종 법령으로 지방자치를 세세히 규정해 줄 테니 지방은 집행만 하라는 얘기다. 법률 몇 개를 개정한다고 지방분권이 근본적으로 확립될 수 없는 까닭이다. 또한 법률을 개정해서 중앙의 권한을 넘기려 해도, 수많은 법률을 고치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공고한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권한을 잘 내려놓지 않으려 든다. 출범하는 정부마다 지방자치 활성화를 주창했지만 도돌이표였던 이유다. 프랑스가 그런 과정을 경험했다. 나폴레옹 이후 오랫동안 중앙집권적 전통을 유지했던 프랑스는 1982년부터 지방분권 개혁을 시작했다. 30년 동안 40여개의 지방분권 법률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지방분권의 가치를 위반하거나 중앙정부가 통제적 관점을 포기하지 않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였고, 결국 2003년 지방분권형 헌법으로 개정하게 된다. 그러자 지방 도시들이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쇠퇴하던 리옹은 지역 특색에 맞는 제약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하였고, 유네스코 창조 도시로도 선정되었다. 프랑스의 1인당 국민소득이 2004년 3만달러에 이어 2007년 4만달러를 돌파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드론 정부’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불균형, 재정이 넉넉한 지자체와 열악한 지자체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개헌이라는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를 당장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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