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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방만” 지적에 대해 |
감사원이 최근 건강보험이 국민연금에 비해 방만하다고 지적했다. 1인당 4천명 이상의 가입자를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이 ‘적정’한 것인가? 그리고 시군구에 지사 1개씩을 배정하여 편의성을 고려한 건강보험공단 운영이 ‘방만’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2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와 언론에 보도되었다. 주목할 점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비교한 자료다. 감사원의 지적이 국민연금에 대한 조직 내부 상황을 고찰하고 비교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유관기관’이라는 이유로 단순비교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감사원 공시 자료를 보면, 건강보험은 전산화 등으로 조직을 슬림화할 수 있음에도 전국 시군구에 거의 1개씩 227개의 지사를 두고 있는 반면, 국민연금은 80개 지사로 운영하고 있어 비슷한 업무를 하는 조직으로 건강보험이 국민연금에 비해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동 지역의 지사 사례를 들었다.
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이 바로 ‘방만’하다는 것과 ‘적정’하다는 것의 개념이다. 현재 일선 민원 업무를 담당하지 않은 직원을 포함한 단순비교로 1인당 4천명 이상의 가입자를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이 ‘적정’한 것인가? 시·군·구에 최소 지사 1개씩을 배정하여 국민 편의성과 서비스 접근도를 고려한 운영을 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운영이 ‘방만’한 것인가?
직장 가입자는 물론 지역 가입자 업무까지, 국민연금은 거의 전체 국민에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상당히 낮다. 이에 대한 오해가 바로 반대 세력을 이끄는 주된 요인이라고 볼 때 어떤 대안이 나올 수 있을까? 80개 지사는 너무 적고 관리인원은 너무 모자란다는 결론이 나온다. 적절한 지사 분포는 국민 접근도를 높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적정한 인력은 상세한 제도 설명과 함께 친절한 설득은 물론, 미처 신경쓰지 못한 가입자 관리를 이끌어 내어 문제되고 있는 연금 사각지대 해소도 상당 부문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실질적인 대안은 뒷전으로 한 채 정규직을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비정규직을 2천명 가까이 채용하는 땜질식 운영으로 단순 실적이나 채우고 있는 국민연금이 과연 적정한 조직인지 감사원에게 되묻고 싶어진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은 전체 정원 중 4급 이상 직원이 68%를 차지하여, 43%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연금에 비해 직원 구성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는 내부 상황을 모르고 발표한 사항이다. 4급은 상위직이 아니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똑같이 1급에서 6급으로 직제가 나누어져 있다. 이 중 1급에서 3급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상위직에 해당된다. 반면 4급에서 6급은 결재권 없이 일선 민원처리는 물론, 단순 입력 업무까지 동일하게 책임지는 하위직 직원이다. 따라서 4급은 상위직으로 볼 수 없음에도, ‘상위’ 직급으로 인식하게끔 만드는 감사원의 통계는 그야말로 악의에 찬 왜곡이다.
사회보험과 관련해 모범적인 조직은 다음과 같은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사회 안전망으로서 국민 모두를 그 안으로 들어서게 할 만큼 조직과 인력의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를 바탕으로 자격·징수·급여 업무를 능동적으로 처리하여 민원처리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야 함은 물론 사회보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고 제도 설명과 홍보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적정한 관리인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감사원은 이런 점을 유념하면서 ‘방만함’을 지적해야 했다.
김태용/국민연금 노동조합 선전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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