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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2 16:53 수정 : 2005.02.02 16:53

김대중 정부 이후 성과급 임금체계 도입은 노조의 기반을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노조활동가들의 입지가 좁아졌고, 이는 선명성 경쟁과 정부 정책 불신을 촉발했다. 사회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할 시점에 신뢰형성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계약직 채용에 노조간부가 돈을 받았다는 사실과, 지난달 20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복귀 여부 논의가 ‘조합원의 투쟁의지를 꺾는 일’이라며 ‘총력투쟁’을 결의한 데 이어 1일 임시 대의원대회가 물리적 충돌 끝에 무산됐다는 소식은 우리를 참으로 심란하게 했다. 이를 놓칠세라, 쌍심지를 켜고 엿보던 수구언론들은 무책임한 부도덕 집단이라도 되는 듯 악의적인 보도를 거듭하고 있다.

돈을 받고 채용을 주선한 노조간부나, 노동정책에 대해 투쟁으로 막겠다는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다른 세계에서 온 별난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의 경험과 작업장 안의 그럴 만한 원인에 의해, 사회와 연관된 일들을 논의하고 걸러지는 과정을 거쳐 ‘구체적 행위’로 나타난다. 이런 절차들 속에서 노동자들의 행위가 간혹 기대하는 사회 일반의 흐름과 어긋나고 도를 벗어날 때 신문지상에 오르게 되지만 이 모든 과정들이 우리들과 관련이 없다는 듯 남의 탓처럼 전가할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노동운동이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변해주지 못한다고 느끼는 현실에서 ‘총력투쟁’은 참으로 생경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사회적 책임의식 정도와는 달리 현장 조합원들은 이미 실리주의 잇속과 시장주의논리에 빠져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투쟁결의에 대한 진정성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활동가들과 조합원의 인식의 차가 큼을 볼 때,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결의가 노동운동의 현재 상태에 대한 진실된 이해 위에 내린 결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운동이 처한 이러한 혼란을 고려해본다면, 기아자동차 노조 광주지부의 사례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유럽 노동운동과 달리, 한국의 노동운동은 사회적 활동에서 멀리 있도록 권력에 의해 강제되었다. 정당성이 부족한 권력과 이해를 같이하는 수구언론에 의해 덧칠된 ‘나쁜 이미지’가 대다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노동운동의 인상이다.

정부와 경영자는 노조가 기업내 조직으로 안주하기를 기대했으며, 이 ‘기대’는 일선 인사노무 담당자나 중간 관리자들에겐 거부하기 힘든 사활적인 문제로 해석되었다. 관리자들이 각종 노조선거에 관여하여 ‘부담스런’ 집행부를 사전에 막아왔던 게 그동안의 사정이다. 정부는 경영논리에 맹종하는 반신불수의 노조를 유지하는 기업에 ‘노사화합’의 모범적 실천이라고 상을 주고 정책적 지원을 했다. 건강하고 비판적인 노조에 대한 정부의 거부감은 회사와 짜고 위세를 부리고 싶어하는 ‘작은 인간’들을 부추기는 자원이 되었다. 이는 노조 고유의 활동보다 조직 유지와 소모적인 노선 싸움에 휘말리게 만들었고, 이는 다시 노조 역량을 제한하도록 작용했다.

이런 조건에서 민주적인 노조 활동가가 처한 고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김대중 정부 이후 각종 성과급 임금체계와 기관 성과급 도입은 노동자들에게 오로지 돈이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노조의 바탕을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노사문제가 대두되거나 노조의 단결을 통해 지위 하락을 막아낼 경우, 정부는 가장 낮은 기관 성과급 적용으로 조합원에게 ‘피해’가 가게 하여 노조 활동가들을 고립시켰다. 그 활동가들의 좁혀진 입지는 그들을 선명성 경쟁으로 내몰았고, 정부 정책을 불신하게 만들었다. 권위주의 정부의 배제적인 태도와 김대중 정부의 ‘신노사문화 정책’이 맞물려 현재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며, 이는 사회통합을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어야 할 시점에 진정한 신뢰형성이 되지 못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노동운동이 진정한 개혁 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재의 상태로는 노동운동의 그럴듯한 목소리에도 희망은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장경태/서울지하철공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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