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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4 21:23 수정 : 2005.01.04 21:23

차마

의정부까지 따라 나서지는 못하고

골목 모퉁이에서 너는 돌아 서고

하루 종일 울었다.

설거지 물 틀어놓고 그릇을 닦으며

너 빠져나간 옷이며 이불이며

빨래를 하며

물 흐르는 소리에 마음 놓고 울었다.


말이나 해볼 걸, 영화 속 무인도 같은 데 둘이 가서 살자고

네 동생 주려고 더운 밥 차렸다가

참을 수 없이 치미는 울음

코 풀어가며 울었다.

결혼 전 날 내 이마 속절없이 쓸며

똥밖엔 버릴 것 없다고 눈물짓던

외할머니 전화받고 화장실에서 울었다.

오늘도 네가 묻힌 똥

변기를 닦으며 마침내 엉엉 울었다.

시린 땅 철책에 묶여 수자리 살러간

무시로 미운 짓이던

게으르고 뚱뚱한 아들아

빈 방 네 자던 자리 누운 밤

이제는 목도 잠겨 그저 여울같이 흐르는 눈물

바람소리 창문 저쪽은 검은 영하인데

코뚜레 꿰이는 송아지마냥

시퍼런 젊음으로 펄펄 뛰던 아들아

내 사랑은 이것뿐이구나.

한영숙/서울 양천구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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