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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9 17:54 수정 : 2005.12.19 17:54

왜냐면

종교단체 지도자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한다면, 이는 족벌체제 사학의 폐쇄성과 각종 부정비리를 묵인·지지하는 행위일 뿐이다.

최근 개정된 사학법에 대한 한나라당의 왜곡된 이념공세에 이어 그 파장이 종교계로 번지면서 반대의 목소리가 사회 혼란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사학법 개정으로 국가 정체성의 위기가 도래하게 되었고, 반미 친북 사상으로 무장한 아이들을 길러내게 되었고, 사학 경영의 자율성과 사유재산권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다. 그래서 학교 폐쇄와 신입생 배정 거부, 법률 불복종 운동, 헌법소원 제기는 물론 현 정권 퇴진운동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항의 배경에는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와 한나라당이 중심세력을 형성하고 있지만 종교사학(미션스쿨)을 소유하는 종교계가 가세함으로써 혼란과 극단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물론 주장이 정당하고 설득적이라면 국민의 지지 여론도 올라갈 것이고, 특히 일반 종교인들과 종교사학에 근무하고 있는 교원들도 반대 대열에 동참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 여론과 일반 종교인들은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는 종교단체 지도자들의 생각에 맹목적으로 순종하며 지지를 보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왜 그런가?

첫째, 2004년 기준 전체 사립학교에서 종교사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종교단체 지도자들이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고 사학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교육의 공공성을 부정한다면, 이는 봉건적 영주나 군주시대의 황제적 권력을 행사하는 족벌체제 사학의 폐쇄성과 각종 부정비리 현상을 묵인하거나 지지하는 행위일 뿐이다.

설령 전체 사학 중 유일하게 종교사학만이 사학 분규나 비리의 온상으로 비판받는 학교가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사학 경영의 투명성과 교육의 공공성을 담보하려는 개정된 사학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종교적 신념에 따라 사회발전과 투명사회를 위해 찬성해야 할 일이다.

둘째, 한나라당과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는 개정 사학법 탓으로 반미 친북 사상을 가진 아이들을 양산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 사기 행위다. 그렇다면 지금도 앞으로도 국공립학교는 이념의 무풍지대로 방치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차라리 사학법과 초중등교육법을 통합하여 ‘친미 반북 사상’을 가르치도록 국가의 교육과정을 개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셋째, 사학은 사유재산이 결코 아니다. 학교는 그 설립자가 누구이든, 국가 지원금과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고 법정 전입금만으로 운영하더라도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과는 전혀 다른 명백한 공공영역이기 때문이다. 학교 설립 당시 투자한 개인의 재산도 학교법인에 출연한 것인 까닭에 결코 사적 재산이 될 수 없다. 사학법인이 학교를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한다면 학교에 내야 하는 법정 전입금을 완벽히 충족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학의 건학이념이 침해당한다는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사학집단의 기득권 유지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소수의 자립형 사립학교나 특수목적고를 제외하면 초중고교는 추첨에 의해, 대학은 학생의 성적과 전공 여부에 의해 선택된다. 사학의 건학이념이 무엇이냐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거의 없다. 종교사학을 운영하는 종교지도자들의 종교적 양심 회복과 시대적 자성을 바란다.

박명섭/전남 곡성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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