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온갖 나라 이익을 내걸고 폭력을 일삼는 어른들에게 ‘그렇게 하지 마세요’ 하고 올곧게 말하는 아이들을 보고 싶다. 황우석 교수가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잘못을 빌었다. 그런데 나는 그 말이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말에 속울음을 울며 슬퍼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들은 1등 과학자가 있는 나라에 자신도 1등 국민이 될 수 있다는 꿈이 깨져 버려서 슬퍼하는 것은 아닐까. 천성산에 사는 수많은 목숨붙이를 살리려고 목숨을 걸고 밥을 굶고 겨우 제대로 된 환경영향 평가를 하기로 했는데, 고속철도공단 사람들이 지율 스님을 욕하는 글과 고속철도 건설이 천성산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는 말을 퍼뜨리며 약속을 어기자 지율은 또다시 밥굶기를 했다. 지금까지 밥을 굶고 있다면 100일 가까이 되었을 것이다.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밥을 굶고 있기에 그가 이미 삶을 달리했는지 아직도 실낱 같은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는 오직 자기 몸이 죽어야 천성산이 살 수 있고, 자신은 아직도 천성산과 한 약속이 남아 있다고 조용히 말할 뿐이다. 황우석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한몸에 받다가 거짓말을 한 것이 밝혀지면서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은 그를 존경하며 불쌍히 여기는 것 같다. 그런데 지율은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천성산에 사는 수많은 목숨붙이들을 살리려 했는데, 지율이 밥을 안 먹는 것을 본 사람이 있냐고 말을 하거나 보잘것없는 여자 중 한 명이 나라에서 하는 큰일을 막는다며 굶어 죽을 테면 죽어 보라고 콧방귀를 뀌기도 한다. 이렇게 황우석을 떠받들고 지율을 내치려는 사람들 마음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일까. 오로지 1등을 하려는 마음,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면 남이야 어떻든 생각하지 않는 마음, 나라에 이익이 된다고 하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마음, 돈을 많이 버는 일이라면 자연을 파괴하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마음, 내 나라에 도움이 되면 힘없는 나라 아이들을 죽이는 군대를 보내도 좋다는 마음,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려고 평택으로 미군 기지를 옮기려고 오랫동안 뼈와 살을 묻고 살아온 사람들의 삶터를 나라 힘으로 억지로 뺏으려는 마음, 수천 년 수많은 목숨붙이들이 살아온 개펄을 한순간에 메우려는 마음, 그리고 한반도 북녘 인권을 들먹이며 힘으로 없애려는 미국 사람들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음을 가진 것은 아닐까. 이 나라에는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 나라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 목숨을 앗아 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세상을 멈출 수 있을까. 희망은 아이들에게 있다. 지구에는 15살도 안 된 아이들 2억5천만여명이 어른들도 하기 힘든 일을 하며 겨우 목숨을 이어간다. 나날이 5살이 안 된 아이들 3만 여 명이 굶주림과 어른들이 벌인 싸움, 아픔으로 죽어 간다. 이렇게 가난한 아이들이 죽어가면서 흘린 피로 배를 불리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아이들이 ‘건강한 반항아’가 되기를 바란다. 돈에 눈먼 어른들 세상을 파괴하는 반항아를 꿈꾼다. 온갖 나라 이익을 내걸고 폭력을 일삼는 어른들, 돈에 눈이 멀어 살아 있는 것들을 다 죽이는 어른들, 온갖 거짓말로 이름을 높이려는 어른들에게 ‘그렇게 하지 마세요’하고 올곧게 말하는 아이들을 보고 싶다.그 아이들이 자라서 천성산을 살리고 미군이 이 땅에서 나가도록 할 것이며 수천 년 동안 살아오던 개펄을 지킬 것이다. 어른들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아이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을 아끼고 돌보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아이들에게서 삶을 배우자. 그런 아이들에게서 맑고 밝은 마음을 배운 어른들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은종복/인문사회과학 책방 풀무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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