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12.29 20:02
수정 : 2005.12.29 20:02
왜냐면
건강은 질병이나 사고의 예방을 위한 지식 습득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는 신체활동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청소년들의 건강은 밝고 활기찬 미래 사회의 원천이다. 그런 점에서 건강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과업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청소년들은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심신이 피폐해져 있고, 운동 부족으로 조로화되고 있으며, 음주나 흡연, 약물남용과 같은 청소년 비행의 사회적 병폐로 쉽게 노출되어 있다.
최근 논의되는 학교 보건교육 활성화의 움직임 역시 이러한 사회적 맥락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일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건강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로서 학교보건법을 개정하여 보건교과를 신설하려는 일련의 움직임들에 대해 이것이 또 하나의 집단 이기주의는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건강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지만, 그 핵심은 생의학적 가치와 정서적 가치 그리고 사회적 가치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있다. 건강을 단순히 우리 몸의 생리적 평안의 상태로만 이해하는 것은 삶의 질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보건교과 설치의 핵심은 예방의 차원인데, 그것만으로 과연 건강교육의 본질을 얼마나 실현할 수 있을까? 보건교사가 건강교육의 책임을 수행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건강의 의미를 생의학적으로 축소하고 후퇴시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면 예방적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건강을 담보하는 것은 특정 계층이나 집단만이 담당하는 것이 아닌 모든 구성원들 각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독일에서는 운전면허 자격을 받으려면 반드시 응급처치 교육을 받아야 하고, 일본에서는 한때 모든 교사에게 수영을 필수 교과목으로 채택했다. 그 이유는 성인으로서, 교사로서 기본적인 안전교육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건교과 설치는 현재의 교육개혁과 관련하여 여러 문제점이 있다. 근래 교육개혁의 핵심 키워드는 교과목 ‘통합’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고, 초·중등 학교에서는 세분화된 교육과정을 통합시키고 있다. 이미 보건교과의 내용은 생물, 화학, 환경, 체육 등의 교과에서 어느 정도 실시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새로운 보건교과를 설치하면, 상치된 교육과정을 새로 재편성하여 혼란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끝으로 보건교과의 궁극적인 목적이 청소년들의 건강을 지향한다면 오늘의 교육환경에서 청소년들의 체력 저하와 비만의 문제는 더 큰 사회적 문제라 생각된다. 건강은 질병이나 사고의 예방을 위한 지식 습득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는 신체활동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김의수/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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