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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2 17:43 수정 : 2006.01.02 17:48

왜냐면

새해맞이 희망의 목소리

200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번주 ‘왜냐면’에서는 나라와 사회에 바라는 글들이 많이 들어와 이를 담는 마당으로 꾸밉니다. 편집자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점점 더 고립될 것이며, 그들의 자립은 더욱 요원해질 것입니다. 시각 장애 학생들은 철저히 학습권의 사각지대에 있고, 오히려 돈벌이의 수단으로 저락하여 버렸습니다.

아직도 ‘시각 장애인’하면 점자나 녹음도서만을 떠올리십니까. 그들이 컴퓨터를 하고 인터넷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시각 장애인들은 스크린 리더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인터넷과 독서 등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티엑스티(txt) 파일 형태만을 지원해 주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터넷도 알트텍스트를 달아놓은 홈페이지만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행 저작권법은 시각 장애인에게 점자도서나 녹음도서만을 인정하고 티엑스티 파일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 눈에도 모니터를 통해 보인다는 이유와 유포가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서 말입니다. 알트텍스트를 달아놓은 홈페이지는 거의 없습니다. 손이 더 간다며 웹디자이너들이 외면해 버리기 때문이지요.

정부나 공공기관 홈페이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각 장애인에게 학습할 권리와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전혀 주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시각 장애인을 위한다는 단체가 생겨나 시각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스크린 리더를 이용하여 제작한 엠피3(MP3) 파일을 보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엠피3 파일은 시각 장애인이 학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음소파악 편집 검색 등이 불가능하지요. 이 엠피3을 제작하는 데는 나랏돈이 듭니다. 하지만 티엑스티 파일을 엠피3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각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쓰는 스크린 리더를 이용하면 간단히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립도서관과 한국방송통신대학에 있는 시각 장애인용 엠피3 교재는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국민들의 혈세를 써가며 장애인을 위한다고 제작한 엠피3 파일을 시각 장애인들은 이용하지 않습니다

방통대학생들은 학기가 시작되면 교재를 구하기 위하여 전국의 복지관을 찾아 다닙니다. 복지관에서 제작해준 티엑스티 파일을 받으면 이미 중간고사는 끝난 시점입니다. 티엑스티 파일은 출판도서를 스캔하여 간단히 전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캔과정에서 그 정확도가 떨어지며 수정을 혼자서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곧 현재의 상황은 누군가 티엑스티 파일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반 소설은 그 정확도가 떨어져도 내용 파악이 가능하므로 큰 문제는 없을 수 있지만 전공도서의 경우는 정확한 어휘를 사용하여야 함은 잘 아실 것입니다. 방통대학생들은 티엑스티 파일을 달라고 매주 이틀에 걸쳐 학교앞에서 홍보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학당국은 허위 집회신고를 통하여 학생들의 홍보마저 원천봉쇄를 하였답니다.

지난 여름부터 계속돼온 학교 당국과의 협상에서 방통대는 현행 저작권법을 이유로 전혀 학생들의 학습권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만을 견지하였습니다. 모두 들떠 있는 지금도 방통대 시각 장애인 학생들은 공부할 책 달라고 대학로 한구석에서 울부짖습니다.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시각 장애인들의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엄청난 격차를 보이게 될 것이며, 자립의 길은 그만큼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시각 장애인들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안마가 고작입니다. 그러나 안마도 한 방송사에서 보도한 것처럼 이미 시각 장애인들을 몰아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들은 점점 더 고립될 것이며, 그들의 자립은 더욱 요원해질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해 주고 있으며, 평등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각 장애 학생들은 철저히 학습권의 사각지대에 있고, 오히려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하여 버렸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인터넷에서도 시각 장애는 치명적인 걸림돌입니다. 그러나 그래픽으로 처리되는 부분에 알트텍스트만 달아주면 시각 장애인들도 스크린 리더를 이용하여 상당부분 웹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보 격차를 줄여 나가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이 될 것입니다. 정부기관조차 이러한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시각 장애인들은 여러분들이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일조차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단지 시각 장애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연세가 들어 화면을 보시기가 불편한 분들도 스크린 리더라는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한다면 독서나 인터넷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공부할 책 달라고 길거리에서 울부짖는 학생이 있는 나라는 분명 복지국가나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예전 방식대로만 하라 강요한다면 이 또한 엄청난 차별일 것입니다. 환경이 바뀌면 당연히 제도도 바뀌어야 합니다. 사이버 세상에서 그들이 장애를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우리는 그런 방법을 그들에게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강성호/시각장애1급·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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