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2 17:51
수정 : 2006.01.02 17:51
왜냐면
새해맞이 희망의 목소리
200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번주 ‘왜냐면’에서는 나라와 사회에 바라는 글들이 많이 들어와 이를 담는 마당으로 꾸밉니다. 편집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리적인 영토가 아니라 우리의 활동무대로서, 잃어버린 사고의 공간으로서 광활한 대륙살이 정신을 복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이지만 지난 60년 동안 대륙과 단절된 채 섬처럼 살아 왔다. 분단과 세계적 냉전체제의 구축은 우리를 바다를 통한 서방세계와의 접촉만 허용하고 육지를 통한 대륙세계와의 만남은 금지해 왔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 방식이었다. 분단의 세월은 그동안 우리 내부에서 정치·군사·사회적 비용을 고통스럽게 치르도록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알게 모르게 많은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단적인 예로 국제경제 무대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는 한국 기업의 불투명성, 선단경영에 대한 위험부담 등도 원인으로 지적하지만 남북 대치로 인한 불안정성도 크게 작용한다. 그래서 한국 기업의 주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기도 하고, 한국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은 우리들의 문화·정서적 상상력의 제약이다. 언제부터인가 대륙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한 뒤 수십년 동안 우리의 모든 문화 영역의 소재에서 북녘과 만주, 그리고 중국은 거의 사라졌다. 연해주와 러시아, 몽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고려와 조선시대 천년 동안 움추러들 대로 쪼그라든 우리 민족의 공간적 상상력은 분단 60년의 섬 아닌 섬생활 동안 결정타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벌써 200여년 전인 1780년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의 중국 봉황성(지금의 단동 북쪽)을 둘러보는 대목에서 긴 한탄을 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인사들은 요동벌이 본래 조선의 옛 땅임을 모르고 있으며, 고구려의 옛 강토임을 잊어버리고 있다”고 하였다.
이제 새삼 연암의 주장을 들어 만주땅에 대한 우리 민족의 연고권을 내세우자는 것은 아니다. 당나라 이후 벌써 1500년을 중국 땅처럼 굳어져 버린 만주에, 그리고 조선 말엽 모호하게 남겨져 있던 경계지역마저 이미 중국에게 복속되어 버린 지금 영토적 야심을 가져본댔자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리적인 영토가 아니라 우리의 활동무대로서, 잃어버린 사고의 공간으로서 광활한 대륙살이 정신을 복원하는 것이다. 그 꿈을 다시 살려내는 중요한 모티브는 남북 통일과 대륙루트의 재건이다. 우리가 통일 이전이라도 남북의 철도를 완벽하게 연결해 낼 수 있다면 시베리아횡단철도(TSR)는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니라 부산이 아시아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횡단철도의 유력한 경쟁노선으로 간주되는 중국횡단철도(TCR)는 경의선 철도를 거쳐 남한 지역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도로망의 통합은 철도보다 훨씬 자유롭고 다양하게 만주지역(동북삼성)과 중국 본토, 몽골과 시베리아를 우리와 연결시켜 줄 것이다. 남북의 경제 통합이 가속화하고 그 경제공동체, 혹은 통일국가의 상품과 인재들이 사통팔달한 물류망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생각해 보라.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지 않은가?
그리고 또 하나, 대륙루트의 정치·군사적 걸림돌 제거는 이 자원전쟁의 시대에 동·서 시베리아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우리와 휠씬 가깝게 만들어 줄 것이다. 대륙국가의 꿈은 이미 공상 차원이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한 구체 전략으로서 고민해야 하고, 그 투자가 준비되어야 한다. 여기에 무슨 좌·우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륙과의 육로 연결과 대륙적 상상력의 복원이 우리에게 안겨줄 무형의 정신적 자산이다.
김영춘/열린우리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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