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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5 21:15 수정 : 2006.01.05 21:15

왜냐면

아버지는 아들을, 선생님은 학생을, 마찬가지로 아들은 아버지를, 학생은 선생님의 말을 열린 마음으로 깊이 들어주어야 한다.

새해 첫날 어떤 사람은 산에 올라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빌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조용히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나도 가족의 건강과 금주, 다이어트 등 비록 올 한 해 다 이룰 수 없다고 하더라도 새롭게 작은 소망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개인적인 것과 함께 보호관찰 공무원으로서 품은 꿈이 몇 가지 있다.

첫째로,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따뜻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경기불황, 실업 증가 등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져 사회가 양극화되고 이로 인해 이혼하는 가정이 급속히 증가하였다. 그래서 서로 자녀를 키우지 않기 위해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서로 맡을 수 없다고 떠넘기기를 하고 설령 양육을 맡았더라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가정에서 대화 및 훈육을 시킬 시간적 여유와 관심이 그다지 많지 않다.

지난해 내가 보호관찰을 했던 대다수 청소년들이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어떤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놈 하나 잘 키우기 위해 애비는 새벽부터 공사장에 나가 막일하는데 왜 저렇게 애비 마음을 모르는지” 하고 하소연을 했다. 물론 그 청소년의 가정은 이미 이혼으로 결손된 상태였고 집에 돌아오면 늘 혼자여서 무서움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그 아이는 아버지의 용돈보다도 아버지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기를 원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고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집에서는 말 상대가 없기 때문에 아파트 주변의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다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였다.

둘째로, 학교와 선생님들의 사랑이다. 지난해는 학교폭력으로 얼룩진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학교폭력이 일어난 이후 그에 대처하는 일부 선생님들의 마음과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실례로 학교폭력과 그 외 범죄를 저질러 보호관찰을 받게 된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들은 학교에 복학하기가 너무나 힘들고 복학을 하더라도 전학을 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전입학한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를 하게 된다. 더는 그들이 편하게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울타리가 사라지게 된다.

내 편협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아주 극소수 선생님들은 그 학생의 장래보다는 학교의 명예를 더 소중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쉬쉬하며 조용히 덮어버리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들이 짜증나게 하더라도 제발 그들 앞에서는 ‘너희들은 이 학교에서 아무런 쓸모없는 학생들’이라는 말을 하지 말자. 그들도 뉘우치고 돌아서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먼저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셋째로, 가출 청소년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예전처럼 방학 때 단순한 호기심과 부모에 대한 반항으로 일시적으로 가출하는 일은 거의 없다. 특히 비행 청소년의 가출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그렇고 어느 누구도 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심지어 그 청소년의 가정에서조차 찾기를 쉽게 포기한다. 이렇게 가출한 청소년들이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하려고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을 계속하게 된다.


올 한 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대화’와 ‘조금씩’인 것 같다. 아버지는 아들을, 선생님은 학생을, 마찬가지로 아들은 아버지를, 학생은 선생님의 말을 열린 마음으로 깊이 들어주어야 한다. 또한 우리 모두 가출 청소년과 그들 가족의 애달픈 목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매일 아주 조금씩 작은 것부터 노력하여 새롭게 달라져야 한다. 더는 우리가 두 번 버려 그들을 ‘절대 포기’의 수렁에 빠지게 하지 말자.

신달수/청주보호관찰소 충주지소 보호관찰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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