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05 21:16
수정 : 2006.01.05 21:16
왜냐면
성진애드컴 농성 노동자들은 농성장에서 새해를 맞았다. 부디 노동자 서민의 한숨이 덜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서울 중구 인현동 소재 ㈜성진애드컴 노동조합은 12월29일 현재 본사 점거 농성 10일째를 맞고 있다.
2004년 5월29일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래 1년 반 동안 단체교섭을 벌여 왔으나 결국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 사업장 노동자들은 나이 어린, 사장 아들의 폭력적인 언행과 인권유린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했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20대나 되는 감시카메라에 의한 감시와 불법도청, 용역경비에 의한 감시와 도청, 바로 옆자리 동료 직원의 감시, 노무사·변호사를 통한 고소, 인사권을 빙자한 부당한 인사발령과 징계·해고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회사쪽이 사용한 비용이 약 2억원에 이른다. 이는 80여명의 직원들 두 달치 임금에 해당한다.
더구나 1년 반 동안 3차례의 합의서가 작성되기도 했지만 회사쪽에 의해서 모두 휴짓조각이 되어 버렸다.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과정에서 경조휴가에 대한 경조금 지급에 관해서는 회사쪽에서 금액을 정하도록 백지위임한 결과 회사는 0원으로 책정하여 통보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른 생리휴가를 부여하기로 한 후에는 여성 노동자들 전원에게 생리사실을 입증하는 병원진단서를 제출하도록 강요했다. 또 부당한 인사발령과 징계에 대해서 철회하기로 한 지방노동위원회에서의 약속은 3일 만에 번복되고, 조합원에 대해서만 임금체불을 일삼고, 근로감독관까지 함께 합의서명한 단체협약 실무합의서는 5일 만에 전면파기 선언으로 휴짓조각이 되어 버리는 등 상식과 합리성을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본사 건물을 점거하고 옥쇄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는 ‘눈뜬장님’이었다. 김대환 전 장관은 “노동계가 법과 원칙을 지키면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과연 현실을 제대로 알기나 하는가? 그렇게 잘 알고 있어서 그가 추진하는 ‘노사관계 로드맵’의 관철을 역사적 과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이상수 새 장관에게는 다른 면모를 기대해 본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것조차 해고를 각오한 투쟁을 통해서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노동자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에 대한 노동부의 인식은 어떠한가?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그래도 낫지 않은가, 노조도 없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생각하라”고 짐짓 타이른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노동부의 낮은 인식은, 을지로(충무로) 일대 이른바 ‘인쇄골’의 수많은 영세사업체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에 대한 대책을 따져 묻는 자리에서 노동부 고위 관료가 했다는 “전태일 열사가 또 한 명 나오겠네요” 하는 대답에서 그 절정에 이른다.
성진애드컴 노동자들이 열흘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안 회사쪽은 각종 법적 대응을 하고 있으며 경찰은 공권력 투입 운운하며 협박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이사는 아직도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으면서 노동탄압을 진두지휘하고 그동안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 증거를 인멸하고 조작하고 있다. 사법당국은 증거인멸과 조작 그리고 도주의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서 구속 수사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그러나 현실은 벼랑 끝에 서서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만 칼끝을 겨누고 있다.
2006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서도 ‘주식회사 대한민국’과 노무관리 부서로서 노동부는 ‘착하디착한’ 노동자들을 극단적인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 경찰, 언론은 이 노동자들에게 어떤 말을 할 것인가?
성진애드컴 농성 노동자들은 농성장에서 새해를 맞았다. 부디 새해에는 참여정부가 주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는 기만,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기만적인 노동정책들이 걷어치워지고 노동자 서민의 한숨이 덜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문종찬/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인지역인쇄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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