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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5 21:17 수정 : 2006.01.05 21:17

왜냐면

사회 발전을 위한 투자로 보고 소액의 회비라도 내는 참여와 사회적 분위기 창출이 시급하다. 분위기가 일신되고 의식이 창출된다면 풀뿌리 시민운동이야말로 화합과 발전으로 가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6·29 선언 이후 우리나라 시민운동은 급팽창을 거듭해 왔다. 비록 짧은 역사이기는 하지만 사회 민주화의 성과를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형 단체는 대형 단체 나름의 구실이 있는 것이고, 지역중심의 풀뿌리 단체 역시 나름의 몫이 있다. 정부와 기업을 견제하는가 하면, 지역 소외 계층을 위한 이름 없는 작은 단체들의 이웃 공동체 운동은 참으로 소중한 사회공익에 기여하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대형화·세력화하는 단체들은 살아남지만, 풀뿌리 단체들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시민운동은 말 그대로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공익활동인 것이다. 정치·사회제도·환경·교육 같은 큰 문제는 대형 단체의 몫이다. 하지만 불우이웃 돕기라든지 쓰레기 줄이기, 음식문화 개선, 고운말 쓰기, 자전거 타기, 물자 아껴 쓰기 같은 작은 단위 운동이 사회 발전에 더 큰 몫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선진국의 풀뿌리 시민운동은 참여가 인구비례의 12%나 되고, 그 50%는 정기 회비를 낸다고 한다.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따라서 정부나 지방단체에서 사무실 임대료, 전화요금, 우편요금, 행사비 지원 등 운동 발전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고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형 단체는 시민 없는 엘리트 집단으로 권력화돼 있다는 비판이 있고, 지도자들은 줄줄이 권력과 손잡고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다. 명망가가 되어서 정부 산하조직이나 대학 등에서 요직을 담당하기도 하고, 권력의 우군이 되면 잘나가기도 한다. 그러니까 결국 시민운동이 출세의 발판 구실을 하는 것이다. 거기다 투명성까지 비판받고 있다. 한때는 자정운동까지 일어나기도 했지만, 요즘은 자정이 다 되었는지 잠잠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정치적 편가르기로 중립성이 훼손된 것이다. 단체끼리도 자기 편이 아니면 폄하를 일삼고,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언론도 그런 대형화·세력화된 단체들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풀뿌리 단체는 그 추운 날 골목을 누비며 ‘쓰레기를 줄입시다. 더는 버릴 곳이 없어집니다’ 하는 펼침막을 들고 다녀도 단 한 줄 기사를 내주는 신문은 없다. 그리고 자발적 후원금은 꿈도 못 꿀 일이고, 회원의 회비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사무실은 폐쇄해야 하고, 비용이 없어 행사도 취소하는 게 다반사다. 묘수를 짜낸 것이 단체끼리 연대하여 비용을 줄이고 참여 인원을 높이고자 해보지만 그 역시 신통한 효과는 없다.

그래도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아직도 지역중심 풀뿌리 단체가 살아야 세상이 아름다워진다는 꿈을 꾸는 사람이 많다. 거동도 불편한 홀로사는 노인을 찾아가서 목욕을 시켜주고, 병수발, 먹을거리 등을 싸가지고 다니며 소외자들을 찾고 있다.


세상을 쩡쩡 울리는 대형 환경단체도 있지만 아직 과자봉지 하나 썩지 않는 생비닐 봉지로 못 바꾸고 있다. 정의를 도맡은 듯한 대형 단체도 있지만 권력의 부정 앞에서는 입을 다문다. 무엇으로 시민단체에 희망을 걸고 신뢰할 것인가.

사회가 민주화로 자리잡은 듯하지만 아직도 이 사회에서 크고 작은 비민주적 요소가 부지기수다. 권력의 횡포에 자기 돈으로 설립한 사학을 아무 죄도 없이 빼앗기고, 빈부격차가 벌어지면서 소외당하는 사람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피눈물 나게 자기집을 장만하고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집주인이라고 나타나는 기막힌 일도 있다. 전세를 잘못 들었다가 하루아침에 거지 신세가 되는 세입자도 많다. 어떻게 이런 나라가 민주화된 나라인가. 공권력이든 제도 결함이든 본격적인 민주주의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따라서 시민단체의 사회공익 활동 영역은 넓다. 더 과학적인 전문성과 특성을 살려야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풀뿌리 시민운동은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핏기 없이 메말라가는 것이 오늘의 풀뿌리 시민운동 현실이다. 시민운동 전체의 신뢰 추락에도 영향이 있고, 자체적인 능력 부족 탓이기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분법적 사회갈등에서 오는 무관심과 이기주의의 극치에서 오는 참여 부족이다. 사회 발전을 위한 투자로 인식하고 소액의 회비라도 내는 회원 참여와 사회적 분위기 창출이 시급한 것이다. 분위기 일신이 이뤄지고 내면적 의식이 창출된다면 풀뿌리 시민운동이야말로 화합과 발전으로 가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상실의 공동체 정신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다. 더 늦기 전에 풀뿌리 시민운동을 살려야 한다. 정부의 관심과 시민의 적극적 참여만이 그 희망이다.

박용진/민주사회운동 시민단체연합 상임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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