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1.09 20:45 수정 : 2006.01.09 20:45

왜냐면

다른 나라와 달리 항생제 처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현재의 상황은 경험을 중시하는 의료계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약물 투여를 선호하고 빠른 치유를 기대하는 환자, 의원의 수입·경영환경이 원인이라고 본다.

서울행정법원은 2005년 1월5일 급성상기도 감염(단순 감기로 통칭됨)에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상위 4%와 적게 사용하는 하위 4%의 요양기관, 의원급 표시과목별 기관 수, 명단 및 각 기관이 사용한 항생제 사용지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 일부 언론과 의료협회가 사안을 호도하고 있어 원고의 소송 대리인으로서 몇 가지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려 한다.

첫째,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가 없다는 일부 언론의 우려와 달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1년부터 해마다 항생제, 주사제, 약제비 등 세 항목의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를 벌여 요양기관, 진료과목, 상병별 지표를 산출하고, 그 지표에 따라 해당 요양기관을 백분율에 따라 1등급(4%)에서 9등급(4%)으로 평가를 하고 있었다.

둘째, 참여연대가 공개를 청구한 정보는 막연히 질환과 관계없이 항생제를 많이 쓰는 의료기관 명단을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중 단순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사용지표(총 투약일수 중 항생제 투약일수)와 항생제를 적게 쓰는 기관부터 많이 쓰는 기관으로 백분율 등급을 매긴 것 중 많이 쓰는 기관 4%와 적게 쓰는 기관 4%의 명단 공개를 청구한 것이다.

셋째, 참여연대의 정보공개 청구는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파악하여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의료기관 종별, 표시과목별 급성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에 대한 정보로 특정되어 있었다. 종합병원이나 종합전문병원의 경우 세균감염이 된 중증환자가 많아 항생제 처방률이 더 높아야 하나, 소송과정 중 제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1년도 1분기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나 2005년도 1분기 급성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평가결과는 이와 달리, 급성상기도 감염의 약 95% 이상을 담당하는 의원에서 항생제 처방률(의원 59.2%, 종합병원 49.8%, 종합전문병원 45%)이 가장 높았다. 또 의원 중 급성상기도 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0.3%에 불과한 기관이 있는 반면, 가장 높은 기관은 99.3%에 이르러, 의료기관 사이 표준편차가 31.09 정도며, 의원의 표시과목별로는 이비인후과와 소아과가 처방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져 피고인 보건복지부 또한 항생제 오남용이 심각함을 인정하였다.

넷째, 단순 바이러스가 원인인 급성상기도 감염은 항생제가 전혀 효능이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표준교과서에 기재된 과학적 진실로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들은 감기에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곧, 미국의 경우 질병관리센터(CDC)나 미국식품의약청(FDA)에서는 항생제 사용을 엄격하게 제안하고 있으며, 식품의약청은 이미 감기와 독감에 대해서는 항생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1998년 이후에는 급성기관지염에서 항생제 사용을 적응증에서 제외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의사가 급성호흡기 감염에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일정한 양식에 항생제를 사용하여야 할 이유를 보고까지 하게 하고 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참여연대는 다른 나라와 달리 급성상기도 감염 치료에서 항생제 처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현재의 상황이 과학적 지식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의료계의 전반적인 분위기, 정보의 비대칭성이 원인이 된 상담치료, 교육 및 휴식을 통한 감기의 자연 치유보다는 약물 투여를 선호하고 빠른 치유를 권유하는 환자의 기대와 특히 의원의 수입, 유치 환자 수, 진료 시간의 압박 등 의원의 경영환경이 원인이라고 본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을 통해 감기는 항생제가 치료효과가 없다는 의학계의 검증된 진실을 국민에 알렸다. 또 약물 투여와 빠른 치유를 원하는 환자의 기대를 완화시킬 수 있는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계의 반대로 계속 적용이 연기되고 있는 ‘외래에서 진료한 급성호흡기 감염증의 심사원칙’을 적용시켜, 종래 의사들의 항생제 효과에 대한 신념과 경험적 진료 중시 풍토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한편, 국가적인 수준에서 감기뿐만 아니라 축산물·수산물 등에 광범위하게 투여되고 있는 항생제의 오남용을 막을 처방의 적정성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실마리를 마련하였다. 일부 언론과 의료계는 이번 판결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결구도로 몰아가지 말아야 한다. 또 보건복지부는 일부 오도되거나 호도된 의료계의 여론에 밀려 더는 정보 공개를 미루지 말고, 즉시 정보를 공개하여 여러 문제를 푸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서순성/변호사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