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1.12 18:04 수정 : 2006.01.12 18:04

왜냐면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바탕으로, 인간 세계에 믿음을 형성해 가는 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다. 한기총은 이 사명을 저버렸다.

지난해 12월29일 ‘사학수호 국민운동본부’는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발족식을 하면서 그 결연한 싸움을 시작한다고 선언하였다. 그 중심에는 한국 개신교 연합체 중 하나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있다. 이들이 밝힌 참가단체 명단을 보면 개신교, 천주교, 불교 등 각 종단 400여 단체에 달한다.

그러나 명단에 포함된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는 이미 사학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견해와 함께 사학법 논란이 정쟁으로 흐르지 말아야 함을 분명하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무단으로 교단과 교단 대표자인 총회장 박원근 목사, 총무 윤길수 목사를 발기인 명단에 포함시켰다. 사학수호 운동본부 쪽은 한기총에서 준 자료대로 명단을 작성하면서 개별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고, 작년 10월 한기총 신임 교단장 축하 예배에 참석한 이들의 명단을 베껴쓴 것이었다고 한다.

발족 선언문을 통해 윤동주의 시 ‘십자가’를 인용하면서 ‘순교자의 자세’라고까지 표현한 자신들의 결연한(?) 행보에 동지를 규합하는 과정에서, 교단과 대표자의 동조의사 확인이라는 최소한의 과정조차 무시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주최쪽의 우연한 행정착오가 아니라, 한기총이 지니고 있는 부정직한 세 부풀리기 관행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이런 잘못에 대해 기장에서 지난해 12월30일과 올해 1월6일 두 번에 걸쳐 해명과 공식 사과 그리고 재발 방지 약속을 공문서로 요청했음에도 아직 공식적인 응답을 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자기들끼리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독교의 생명은 진실한 믿음이다.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바탕으로, 인간 세계에 믿음을 형성해 가는 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다. 한기총은 이 사명을 저버렸다. 모든 믿음의 기초는 정직함이다. 목적이 아무리 옳아도 그 방법에 거짓과 과장이 있다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무너진 황우석 신화’를 통해 아프게 경험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는 성장제일주의, 성공지상주의, 물질중심주의의 표본이라는 슬픈 현실에 서 있다. 한국 개신교는 이제부터라도 뼈를 깎는 자기성찰과 기도로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그런데 스스로를 한국의 기독교가 모두 모여 연합한 단체라고 정의한 ‘한기총’이 사회를 불신으로 몰고 가는 명의 도용을 자행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사건이다. 또한 사실 한기총이 이름처럼 한국 개신교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기총 등 보수세력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일련의 행보를 놓고 한국 교회의 우경화와 이기적 행태를 비판한다. 그러나 한국 교회 내에는 사회의 선한 세력과 연대하여 민주주의와 정의, 인권을 위해 기꺼이 자기를 버려 희생의 수고를 마다 않는 교회와 목회자, 성도들도 많이 있다. 실제로 이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민감하며, 함께 연대하고 있는 세계 교회의 흐름 또한 이와 같다.

백번 양보해도, 한기총은 한국 개신교의 연합단체 중 하나이지, 한국의 기독교가 모두 연합한 것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라도 한기총은 부도덕한 명의도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고의든 실수든 중요한 것은, 일어난 잘못을 처리하는 올바른 태도이며, 그것만이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하고도 정당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훈삼/수원밀알교회 목사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트위터 실시간글

bjchina123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EuiQKIM RT @qfarmm : [포토]42년 만에 최악 가뭄···위성사진으로 본 소양강댐 http://t.co/BMpS2UjVoq http://t.co/r4OxEINQ1z

LAST_Korea RT @cjkcsek : [사설] ‘어린이 밥그릇’까지 종북 딱지 붙이나 홍준표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http://t.co/XxOwP51oyK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할머니들도 ‘기껏 1번 찍어줬더니 아그들 밥값 가지고…’ 성토”http://t.co/ukHxPKTNnm[오마이] 홍준표, '해외골프' 뒤 첫 출근길에 비난 펼침막http://t.co/xn…

HillhumIna RT @jmseek21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 http://t.co/whlFjwWSl9

CbalsZotto 보궐선거용 거짓 립서비스~ “ @shreka3880 : ‘세월호 피해자 가족’ 챙기기 나선 새누리당 http://t.co/tfkk6gGEci 세월호 진상조사나 방해나 하자말라”

cess0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할까요.http://t.co/RyPp5DzeRr[미디어오늘] 유가족들 우려가 현실이 됐다http://t.co/coAAtDbtRQ

sookpoet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헌재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리키로http://t.co/UMzV2bA4hY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