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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9 21:46 수정 : 2006.01.19 21:46

왜냐면

집을 마련해 주기 위해 택지를 개발하는 것은 좋은데 분양의 개념이 아니라 임대(지대)로 가자는 것이다.

며칠 전 한 신문이 판교 새도시 개발 등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정부가 부당하게 폭리를 취한다고 비판하였다. 일면 타당성이 있는 지적이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비켜갔다. 토지공사나 주택공사라는 공기업에서 이득을 취하는 것은 이윤 재투자의 합리성과 윤리성이 올바르게 조정되는 시스템이라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오히려 분양 이후 개별 부동산의 가치가 급등하는 투기적 현상이 벌어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더 크다.

도로가 생기거나 지하철역이 들어서는 바람에 땅값이 올라 횡재했다는 얘기는 아직 토지 불로소득의 환수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해 세금 매기는 방법을 합리적으로 하자는 게 8·31 조처를 위시해서 지금까지의 토지공개념이었고, 선진 외국에 비해 덜 철저하고 덜 세련된 이것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앞으로 우리의 중대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택지 개발과 공급이라는 재미있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자본주의 토지시장에서 토지수용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힘들다. 가령 도로라든가 학교 등 도시계획시설이라는 특정한 공공시설을 설치할 경우에 한해서 토지를 매수할 권리를 부여하게 된다.

건설교통부 장관이 대개 논밭임야(도시계획상 녹지지역이거나 농림지역) 등 미개발지를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하면 공기업인 토지공사나 주택공사가 이 땅을 매입해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꾼 뒤 분양한다. 이때 땅값이 오르는 이유는 개발비용도 있지만 주거지역·상업지역으로의 상향 등 이른바 업조닝(up-zoning)에 따른 차익 때문이다. 토지공사들은 공기업이므로 이에 대한 폭리를 취한다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누가 이득을 취하는가?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먼저 분양받은 자로서 업조닝의 혜택이 상당히 남아 있고 상당 기간 땅값 상승이 기대된다. 가령 판교 분양 열기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둘째로 인접 동네의 토지 소유자로 이웃 지역의 기반시설 수준이 좋아져서 땅값 상승의 혜택이 크다. 이에 비해 땅값 상승분 환수 장치가 미약하다.

위에서 두 번째 불로소득의 경우는 세금 환수 장치가 가동될 필요가 있겠지만 첫번째의 경우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그것은, 집을 마련해주기 위해 택지를 개발하는 것은 좋은데 분양의 개념이 아니라 임대(지대)로 가자는 것이다. 소유보다 사용을 중시하고 불로소득을 공공으로 환원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이 개념으로 택지개발 사업을 할 경우, 임대하면 사업비는 어떻게 건져야 하나? 이것은 보상할 때 은행에 채권을 발행하면 된다. 토지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서 꿔다가 보상하면 채권 이자에 대한 부담만 남고, 지대를 받아 이자를 갚으면 된다. 또 기반시설 등 불도저작업을 하고 난 다음 분양하지 않고 매년 지대만 받으며, 건설업체는 아파트 지은 뒤 건물분만 분양해도 되고 건물조차 임대로 가도 된다. 지대는 입주자에게 승계된다.

개발 뒤엔 이용가치가 크므로 입찰에 부친 지대는 비싸다. 토지공사는 지대를 받아 채권 이자를 갚고 개발비용을 건진다. 채권 이자는 고정된 반면 지대는 계속 상승한다.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한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상승한다. 지대 상승으로 언젠가 원금까지 갚게 된다. 그 상승분은 사유화가 아닌 공익 차원에서 회수된다. 정부는 토지공사가 분양하고 손터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8·31 조처는 부동산을 투기 대상으로 삼는 길을 막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는 하였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의 벽에 장애를 받은 소극적인 정책이다. 그 다음 단계에서 좀더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정책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이원영/수원대 도시부동산개발학과 교수·도시계획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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