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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단국대 교수·기생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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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국사회
“네 아들이 남자를 좋아하면 어떻게 할래?” 술자리에서 동성애에 관해 토론을 하던 중 친구에게 물었더니, 무시무시한 답이 날아온다. “그럼 죽여 버릴 거야.” 설마 진짜로 죽이기야 하겠냐만, 동성애에 대한 친구의 증오는 섬뜩한 수준이었다. 다른 친구에게 왜 그렇게 게이가 무섭냐고 물었다. “내가 당할 수도 있잖아.” 밤거리를 걷던 여자가 낯선 남자를 보면 불안해하는 이유가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 것처럼, 남자들이 게이에게 적대감을 갖는 것은 자신이 성적 대상이 된다는 망상에서 비롯된다. 같은 동성애라도 레즈비언에 대해서는 남성들이 별반 적의를 드러내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게이도 나름의 기준과 취향이 있어 아무 남자에게나 덤비는 건 아니며, 남자들이 여자의 동의 없이 강제적인 성폭력을 행사하는 빈도가 높은 것과 달리, 대부분의 게이는 합의에 기초한 성행위를 한다. 그러니 남자들이 게이에 대해 갖는 두려움은 전적으로 그들의 무지 탓이지만, 동성애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 700만을 넘어서는 흥행을 한 ‘왕의 남자’의 선전은 그런 점에서 놀랍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수단이 광대들의 놀이판이고, 감독도 계급 이야기라고 거듭 강변하지만, 그 영화는 기본적으로 장생 (감우성 분)과 공길 (이준기 분), 공길과 연산 (정진영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동성애에 바탕을 두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왕의 남자’의 성공을 우리 사회가 동성애에 대해 관대해진 결과로 봐도 괜찮은 것일까? 인권단체의 노력으로 인해 그전보다 동성애를 보는 시각이 부드러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그렇게 보기는 이른 것 같다. 난 이 영화를 두 번 봤는데, 연산이 공길에게 입을 맞추는 순간 두 번 모두 관객들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튀어나왔다. 남성과 여성의 키스는 짜릿함과 흥분을 선사하지만, 남성간의 입맞춤은 아직도 우리에겐 혐오의 대상이다. 남자끼리만 모아놓은 학교를 다닌 탓에 남자들끼리 그러는 걸 여러 번 보긴 했어도, 오랜 세월 게이는 내게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었다. 서른이 넘어 소위 진보적인 책들을 읽으면서 그간의 삶을 반성했고, 동성애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게 되었지만, 머리와 가슴이 언제나 같이 가는 것은 아니어서, 언젠가 극장에서 앞에 앉은 남자 둘이 머리를 기대고 때로는 더듬기까지 하는 걸 봤을 때 상영시간 내내 속이 불편했다. 뒤틀린 내 속은 상영 직후 불이 켜지면서 내가 남자로 오인했던 사람이 사실은 여자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 풀렸으니, 이게 꼭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그럼 방법은 있을까? 남북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북한 사람들이 머리에 뿔이 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처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동성애자들과 자주 접촉한다면 그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지 않을까? 대상이 보이지 않을 때 불온한 상상력이 싹트는 법이다. 범죄자도 아닌데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라고 하는 것이 폭력일 수도 있지만, 좀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커밍아웃을 한다면 사람들은 동성애자를 더는 괴물로 인식하지 않을 것이다. 이왕 하는 것, 멋진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한다면 더 효과가 좋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말하면 내 젊은 시절의 우상 장국영도 게이였다. 서민/단국대 의대 교수·기생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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