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8 21:56
수정 : 2006.02.0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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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창이 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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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중국인들은 승용차를 ‘가마-차’(자오처)라고 부른다. 대형 승용차는 ‘큰 가마’, 소형 승용차는 ‘작은 가마’다.
가마는 옛날 누르는 자의 탈것이었다. 관청에서 쓰는 가마인 ‘관교’는 벼슬이 높으면 커지고 가마꾼의 수도 많아졌다. 중국 속담에 지나치게 교만한 사람을 일컬어 “가마꾼 여덟이 지는 큰 가마로도 질 수 없다”고 했다. 여덟명의 장정이 가마를 지면 가마채가 가마보다 더 무겁다. 관교에서 직급이 가장 낮은 건 두 사람이 메는 ‘이인교’다. 더 낮아지면 가마꾼이 한 사람만 남는데, 혼자 가마를 멜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업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많은 지방에서 신랑이 신부를 등에 업는 결혼 풍속은 가마를 탈 수 없었던 가난한 이들의 풍속이다.
옛 가마 문화는 오늘날 중국 자동차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관용차를 권력과 신분의 상징으로 보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관리들은 호화 고급차를 타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 때문에 관용차를 둘러싼 온갖 부패 현상이 벌어져 왔다. 각급 정부는 지금도 매년 관용차 구매와 유지에 수천억위안(수십조원)을 날리고 있다. 교육, 환경 보호, 저소득층 구제사업에 들이는 예산은 관용차 예산에 비하면 푼돈이다. 관용차 부패를 억제하기 위해 국가는 각급 정부에 직급별 차량 표준을 제시했지만 부패 현상은 여전하다. 10만위안(약 1300만원)짜리의 차량 내부 장식에 100만위안(약 1억3000만원) 이상을 처들이는 자들이 있다.
승용차를 ‘가마-차’라 부르는 까닭에 중국의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차량을 가마 닮은꼴로 만들기 위해 애써 왔다. 가마 앞뒤에 가마채가 있듯 승용차도 앞뒤 돌출부분이 필수적이다. ‘푸캉’ 등 ‘엉덩이’ 없는 해치백 자동차가 기름과 주차 공간을 절약할 수 있음에도 결코 관용차량으로 팔려나갈 수 없었던 건 이 때문이다. 관료들은 ‘엉덩이’ 없는 차량을 타면 남들이 자기를 ‘서민’이라 오해할까 두려워 이런 차량을 사지 않고, 서민들은 자기가 ‘서민’이라는 신분을 스스로 드러낼까 두려워 역시 안 산다. 해치백 모델의 실패 이후 중국의 자동차 생산업체들은 ‘엉덩이’를 자동차 판매 전략의 최전선에 배치했다. 해치백 자동차엔 엉덩이를 붙였고, 이미 엉덩이가 있는 차량엔 더 큰 엉덩이를 붙였다. 21세기 진입을 앞두고 자동차의 ‘엉덩이 키우기’는 중국만의 독특한 풍경이었다.
‘관용차량’ 관념엔 반드시 ‘관용 도로’ 관념이 따라다닌다. 가마가 관료의 탈것이라면 길은 가마를 위해 깐 것이므로 개인차량은 마땅히 관용차량에 길을 양보해야 한다. 중국의 관료들은 이런 생각을 당연시한다. 서민의 승용차 사용을 모두 제한할 수 없으므로 생각해낸 게 배기량 1.0리터 이하인 경차의 도로 주행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관용차는 직급이 아무리 낮아도 배기량 1.0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100% 서민의 차량인 경차는 가장 손쉽게 제한되는 대상이다. 이후 경차 운행 제한은 지방도시에서 교통 혼잡 완화를 위한 첫번째 정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유가가 폭등하자 중앙정부는 경차에 대한 차별을 풀라고 지방정부에 명령했지만 어떤 지방정부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승용차가 널리 보급되면서 그에 따라 ‘평등권’ 사상 또한 널리 퍼지고 있다. 중국에서 자동차가 신분의 상징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 관용차량의 부패 현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관존민비 사상은 황혼녘에 접어들었다. 속도가 더딘 탓에 중국인은 아직 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관용차량과 개인차량이 평등하게 도로를 달리는 시대는 확실히 오고 있다.
저우창이/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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