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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3 18:27 수정 : 2006.02.13 18:27

강철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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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이 열리기 한달 전까지 히딩크 감독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최종 엔트리를 결정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불안하고 답답했겠지만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려고 각자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대표팀이 구성된 뒤에도 감독은 경기 때마다 선수 기용에 경쟁원칙을 철저히 적용했다. 그 결과 월드컵에서 당당히 4강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전술 개발 등 다른 요인도 있었겠지만, 특히 경쟁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경쟁은 이처럼 당사자들을 힘들게 하지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 요소다. 월드컵 4강이 모든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했듯이, 시장에서 경쟁은 성장을 이끌고 모든 소비자들의 만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구축하는 것은 곧 국민적 관심사인 경제 살리기의 핵심이기도 하다. 자유경쟁을 통해 자원이 낭비 없이 배분되고, 기술혁신 경쟁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모든 경제주체들의 개성과 창의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성장 잠재력이 커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며, 소비자 만족이 증대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5년간 시장경제에서 공정한 경쟁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반칙에 대한 룰을 정해 파수꾼 노릇을 해왔다. 시장실패나 반칙에 대한 정부 규제는 필요하지만, 될수록 정부 직접규제에서 시장 자율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시장경제를 선진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공정위가 사전심사청구제를 더욱 활성화하고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운영을 내실화하는 한편, 경쟁제한적인 규제를 개선해 나가는 등 시장참여자간 견제와 균형에 의한 시장자율시스템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카르텔과 독과점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 등 시장자유경쟁을 가로막는 반칙에 대해서는 감시를 더욱 강화하고 법도 엄정히 집행해야 한다. 선진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 혁신과 고용 증대가 거기서 싹트고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도 불공정을 바로잡는 것은 필수적이다.

올해는 참여정부 출범 뒤 기업의 투명·책임경영 강화를 뼈대로 수립·시행해온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다. 남은 과제를 착실하게 추진해 내년에 기업집단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시장감시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객관적 평가가 나오면 대기업집단정책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게 된다. 재계를 포함한 민·관 전문가로 올해 구성될 ‘시장경제 선진화 태스크포스팀’은 3개년 계획 이후의 새로운 중장기 경쟁정책 수립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을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공장 신·증설 등 ‘투자’가 아닌, 지배 목적의 ‘출자’총액을 제한하는 제도는 여전히 필요하다. 대기업집단의 출자총액을 제한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통해 가공자본을 만들고, 계열사 출자가 없는 독립 중소기업과의 공정한 경쟁기반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필요 없을 만큼 시장 환경이 바뀐 뒤라야 출총제를 재검토할 수 있는 여건도 성숙할 것이다. 물론 정부는 기본적으로 대기업집단에 대한 정부 직접규율을 시장 자율규율로 전환하고자 출총제 졸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대기업집단도 막연히 정부에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먼저 노력해야 한다. 우리 시장경제가 개발연대의 옷을 벗고 선진경제의 수준으로 탈바꿈하도록 공정한 경쟁 문화가 조속히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강철규/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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