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2.13 18:29 수정 : 2006.02.13 18:29

조상희 건국대 교수·변호사

세상읽기

2006년 2월 첫째주 인도 뭄바이에서 ‘영웅적’인 형사 다야 나약의 부패 혐의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었다. 1997년부터 4년 동안 조직범죄단과의 총격현장에서 83명을 사살하고 300명을 체포하는 혁혁한 성적을 올려 사회 안전과 정의의 화신이 되었던 인물이다. 언론에 의해 사교계의 유명인사로 등장한 뒤 기부금을 모아 시골학교를 지원해온 그의 인생역정은 볼리우드(미국 할리우드를 빗댄 인도의 영화산업)에서 영화로 4편이나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영웅이 최근 몇년 동안 조직범죄단 보스로부터 뇌물을 받고 범죄 진압 명목으로 다른 경쟁 조직범죄단원들이나 방해가 되는 기업인을 제거하고, 체포된 조직범죄단원들을 거액을 받고 풀어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나약은 9살인 1979년에 인도 남부의 어려운 시골에서 무작정 뭄바이로 올라와서 싸구려 식당 웨이터로 일하다 식당 주인의 눈에 띄어 학교에 다니게 되고, 경찰관이 되었다. 1600만명이 복잡하게 사는 뭄바이는 조직범죄단 사이의 대결과, 기업인과 부동산개발업자에 대한 납치·강도 등으로 해마다 100건 이상의 총격사고가 발생하고, 경찰과 사법 당국의 부패로 시민들이 공권력을 불신하고 있었다. 1996년 12월 말일 뭄바이의 경치 좋은 해변에서 마피아 보스 2명의 동태를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은 나약은 얼떨결에 그 조직범죄단원들과 부딪쳐 총격전을 벌이다 그들을 사살하고 자신은 큰 부상을 입는다. 이때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은 그는 곧바로 대 조직범죄 특수부에 소속되어 혁혁한 전과를 올리면서 유명인사가, 그리고 영웅이 되었다.

총격전은 모두 범죄자들의 사살로 끝이 나고, 죽어서 말이 없는 범법자들 위에 경찰관들만에 의한 무용담이 쏟아졌다. 그동안 과잉 진압, 범죄자의 인권, 조직범죄단과의 결탁과 부패 문제 등이 간간이 흘러나왔지만, 이미 후원자가 된 고위층과 언론이 이를 무시했고,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정치슬로건을 이용하여 오히려 면죄부를 주었다. 그러나 2003년 내막을 아는 사람이 그가 2명의 마피아 두목과 결탁해 있고, 그들과 거래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진술하면서부터 영웅의 추락은 서서히 진행되었다. 그는 다 찌그러진 경찰관 관사 아파트에 살지만, 스위스에 별장이 있고, 휴양지인 고아에 2개의 호텔과 관광버스 회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인도 영화산업에도 투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와 그의 지지자들은 조직범죄단의 음모의 희생자라고 주장하고 있단다.

작년에 우리에게도 광풍으로 몰아쳤던 한 과학자 영웅 만들기의 시작과 종말을 그대로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이러한 부패한 영웅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언론이다. 언론은 개천에서 용난다는 성공담을 찾아서 소개해준 것밖에 없다고, 일반시민들이 그러한 영웅담을 좋아한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와중에서 언론은 지나치게 호들갑을 떨면서 다른 쪽의 시각을 아예 배아픈 사람들로 매도해버리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언론이 점잖게 숨어 있는 훌륭한 사람을 찾아내는 일을 그나마 조용히 객관적으로 해주면 참 좋겠다.

하인스 워드라는 미식축구 영웅 이야기가 우리나라의 미군 기지라는 특수 상황에서 시작하여 한국 어머니의 자녀교육에 대한 헌신성으로 감동의 눈물을 자아내더니, 혼혈인의 인권, 순혈주의 문화 비판 등으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제 그가 4월에 한국을 방문하면 온갖 난리법석을 떨게 될 언론이 염려스럽다. 그나마 언론을 능수능란하게 조정하는 기술이 덜 작용되는 스포츠계에서 뛰어난 개인역량을 발휘했고, 그리고 과문이지만 나서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니 걱정이 덜하다.

조상희/건국대 교수·변호사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