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5 21:58
수정 : 2006.02.15 21:58
유레카
세계적 기업 사냥꾼인 칼 아이칸의 케이티앤지(KT&G) 경영권 공격에 재계의 눈길이 쏠려 있다. 재계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대표기업들도 외국자본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정부에 방어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 중에는 황금주(golden share)도 있다. 단 1주만으로도 주주총회 결의사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상법상 ‘1주 1의결권’ 원칙에 대한 극단적 예외다. 원래부터 인수·합병 방어용은 아니었다. 영국 정부는 1984년 국영 통신회사인 브리티시텔레콤을 민영화하면서 황금주를 처음 도입했다. 공기업이 민영화 이후에도 공익성을 지니게 정부가 황금주를 갖고 견제하려는 것이었다. 이후 유럽에 확산됐으나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 다른 주주의 이익을 심하게 침해할뿐더러 정상적 자본 이동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재판부는 황금주 제도 도입을 불법이라고 판정하기도 한다. 영국 역시 브리티시텔레콤과 공항공사에 대해 갖고 있던 황금주를 스스로 소각했다.
황금주만큼은 아니나, 차등 의결권도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긴 마찬가지다. 유럽 기업과 미국 기업들이 상당수 도입하고 있다. 미국 포드의 경우 포드가문은 7%의 지분으로 40%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고 한다. 재계는 황금주가 지나치면 차등 의결권제라도 도입하길 바란다.
적대적 인수·합병은 양날을 가진 칼이다. 투기자본에 악용되거나 국부 유출을 가속화할 우려도 있다. 반면에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견제하는 유력한 시장 기제다. 방어장치를 요구하기 전에 재계부터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한국 재벌들이 과연 총수 이익 극대화보다 기업 이익 극대화에 충실했던가.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유노칼 사건 때, 이사회가 자신이 아닌 주주의 이익을 위해 주의·충실 의무를 하는지를 인수·합병 방어책의 합법성 잣대로 삼았다.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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