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2.22 21:09 수정 : 2006.02.22 21:0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조홍섭칼럼

지난 16일 새만금 공개변론을 참관하러 계화리 어민 10여명이 대법원을 찾았다. 방청소감을 묻자 50대의 한 여성어민이 짧게 대답했다. “막으면 끝나버려.” 무엇이 끝난다는 말인가. 그는 품에서 전표를 꺼내 보여줬다. “큰 생합(백합) 3㎏, 중간 생합 4㎏, 모시조개 3.6㎏.” 그가 지난 1월26일 갯벌에 나가 채취해 넘긴 조개의 양이다. 4시간 동안 5만7600원의 소득을 올렸다. 어민들이 간단한 손 도구와 경험만으로 이런 소득을 올릴 곳은 달리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그들은 갯벌을 원금엔 손 안 대고 이자만으로 살아가는 ‘저금통장’이라고 부른다.

수백년 동안 수만명의 어민들을 먹여 살리던 이 ‘새만금 저금통장’이 곧 사라지게 된다. 새만금 방조제 33㎞ 중 마지막 2.7㎞를 막는 끝막이 공사가 한 달 뒤 시작된다. 그 전에 대법원 판결이 10년을 끈 논란에 일단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새만금이 법률적 검토만으로 풀릴 수 있는 문제인지는 의심스럽다. 그 동안 수많은 과학적 조사와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절차를 허송했다는 아쉬움이 더욱 무겁게 남는다. 새만금 갯벌의 마지막 숨통이자 어민들의 마지막 희망이 막히기까지 한 달, 그 동안이라도 우리가 소홀히 한 몇 가지 문제를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는 묵살된 어민들의 삶이다. 새만금 논란은 사업주체인 농림부와 이를 지지하는 전북도 대 환경단체라는 대립구도로 전개돼 왔다. 2만여 어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들은 한 해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액수지만 보상금을 받았다는 죄책감에서, 또 가난을 벗어나려면 이 길밖에 없다는 ‘새만금 신화’에 빠져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삶의 터전을 맥없이 포기했다. 자연을 가장 알뜰하고 현명하게 이용해 온 이들을 내팽개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니 친환경적 개발을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둘째, 뭘 위해 간척하는지가 아직도 불분명하다. 농림부는 ‘양질의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간척을 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늘 밝히고 있지만, 이는 누구나 아는 새만금 최대의 거짓말이다. 쌀이 남아돌아 논을 놀리면 수백만원의 보상금을 주고 있고, 이미 간척된 김포매립지가 어떻게 용도변경됐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 지시로 국책연구기관들이 새만금 간척지를 농지 이외의 목적으로 활용할 연구용역을 하고 있고, 강현욱 전북지사는 항소심에서 이기자 ‘새만금에 세계에서 제일 높은 타워를 만들어 상하이를 망원경으로 구경하겠다’며 새만금을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농지조성이란 공식적 용도를 고집하는 이유는 환경영향평가와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새로 하는, 그야말로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끝으로, 새만금 사업은 15년째이지만 내용면에선 아직 시작 단계라는 점이다. 이 사업의 주 목적은 간척지를 만드는 것이다. 방조제 공사가 마무리 단계일 뿐 아직 간척지는 한 평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업의 의미를 되돌아 보고 앞으로 들 비용을 따져보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얘기다. 복합산업단지로 조성하려면 농지조성에 드는 사업비 3조원보다 훨씬 많은 28조원이 든다. 세금을 낼 국민은 합의해 준 적이 없다.

“3월이면 시라시 잡고, 5월이면 대하·생합 잡고, 6월이면 새우·전어·숭어 잡고, 8·9월엔 꽃게 잡고, 틈나면 피조개·소라·쭉기미. 이렇게 삼년만 더 고생하면 아들놈 대학도 졸업시키는데….” 심포의 한 어민이 용왕에게 빈 이 소박한 꿈을 외면할 것인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ecothink@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