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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4 18:30 수정 : 2006.02.24 18:30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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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비리, 핵심 간부 비리, 대의원대회 폭력사태, 비정규직과의 연대에 주저하는 모습까지, 분열과 비리로 얼룩졌다며 세간의 질타를 받고 있는 민주노총이 새 집행부를 뽑았다. 이번에 선출된 조준호-김태일 집행부는 사회적 대화를 적극 활용하는 교섭과 투쟁의 병행 방침을 내세우며 올해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예고했던 전임 집행부와 뜻을 같이한다. 새 집행부가 과연 새로운 민주노조운동의 상을 무엇으로 제시할지, 또 내부의 치열한 분열상을 극복하는 길을 어떻게 찾아나갈지 주목된다.

경제 성장과 함께 민주주의도 확장됐지만, 한국사회는 형식적인 정치 민주주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을 뿐 아직도 사회 전 구성원이 안정적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실질적인 경제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함께 몰아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이 확산되는 양극화의 질곡에 갇혀 있다. 현 정부도 양극화 해소를 말하지만 교육·주택·복지 재정 확대 등 우리 사회의 가진 자들과 맞서는 분야에서 별반 진척을 못 이루었다. 오히려 비정규입법, 자유무역협정 등 노동자와 농민의 요구를 거스르는 사안은 굳은 의지로 강행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대안으로 추구할 사회적 연대란 국민 일반과의 눈맞추기가 아니라 서민들 고통과의 연대다. 새 집행부는 과연 정부와 시장권력들을 상대로, 양극화의 곁다리만 긁는 정부 여당의 처방 이상의 것을 실현할 자신은 있는가? 분명하게 답할 수 없다면 내부의 분열을 감내하며 추진할 가치는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보다 월등히 앞선 제도적 민주주의를 실현했던 민주진영이 왜 유치한 수준의 민주적 절차 준수 얘기를 하는 지경이 됐는가? 표 대결을 회피하고 표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논란이 민주노조 운동의 민주주의 수준은 결코 아닐 것이다. ‘정파 분열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새 집행부의 취임 일성을 실현하는 길은, 소수를 압도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정당성임을 책임 있게 입증해 나가는 것이다.

새 집행부에 축하의 인사와 함께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민주노총이 실현할 민주주의는 간부만의 표대결 민주주의도, 대공장 조합원 중심의 닫힌 민주주의도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중소영세업체 노동자, 영세자영업자들을 포괄하는 열린 민주주의이자 사회적 연대정신을 실현하는 민주주의다. 한국 사회를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벗어나게 해 연대적 사회라는 미래를 열어갈 중추로서 민주노총을 바로 세우는 첫째 과제는 적어도 내부 정파 대결을 껴안고 나갈 수 있는 합리적인 집행부가 되는 것이다.

김성희/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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