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28 18:08
수정 : 2006.02.2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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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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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달에 10만원씩 준다면 자녀를 한 명 더 낳겠는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아동수당 제도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인가에 따라 도입이 되거나 말거나 할 것처럼 진행되고 있다. 자녀를 한 명 더 낳을까 말까 고민하던 부부들에게는 어느 정도 고려사항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인지 여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월 10만원을 받고 자녀를 더 낳을 것인가에 달려 있지만은 않다. 아동수당과 비슷한 정책효과를 낳는 다른 정책들의 상대적 의의를 검토해 보지 않고 1조15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장 언론에서는 정부가 아동수당 제도를 도입할 경우 보육서비스 지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기존 방침을 재검토할 것임을 알리고 있다. 아동수당 제도는 3살 이하의 모든 아동에게 일정액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인 데 비하여, 보육지원 제도는 지원대상이 6살까지로 넓어지지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경우에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특정 제도의 출산장려 효과를 계산해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무엇보다 이런 정책들은 출산을 촉진하는 부수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이지 정책의 본래 목적과 의의는 따로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어떤 나라도 출산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이 정도의 예산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 두 제도가 갖는 다른 의의들을 살펴보고, 출산장려 목적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취해야 할 정책방향에 더 잘 부합하는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아동수당이나 보육지원 제도는 둘 다 아동복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 제도다.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선별적 지원에 비해서 낙인효과라는 부작용 없이 아동복지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제도들이다. 이 두 제도의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여성의 ‘돌봄노동’을 사회화하는 방식에 있다. 서구에서는 아동수당이 자녀를 돌보느라고 임금노동을 할 수 없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보상의 성격을 띠고 도입됐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의미는 전혀 부각되지 않고, 자녀를 더 낳게 하기 위한 금전적 인센티브 수준에서만 이 제도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도입이 되더라도 그 의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편 보육지원 제도는 가정 내에서 주로 여성이 하던 자녀양육을 가정 밖으로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돌봄노동을 사회화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여성은 임금노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보면 현재 선진국에서는 어떤 제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아동수당이 도입된것은 이미 70~80년 전이다. 정책당국이 아동수당과 보육지원 정책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면 선택은 분명하다. 제대로 된 보육서비스 체계를 만드는 데 온힘을 쏟아도 힘이 부족한 형편이 아닌가.
장지연/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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