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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3 18:12 수정 : 2006.03.13 18:12

이기호 평화포럼 사무총장

세상읽기

지난주 나이지리아에서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한국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과 나이지리아가 손을 잡으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향후 양국 간의 경제협력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석유 매장량이 아프리카 1위인 나이지리아와 유전개발 계약을 맺음으로써 한국은 에너지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대신 정부개발원조(ODA)를 세 배로 확대하고 정보기술(IT) 분야 등의 기업 투자를 약속하였다.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여전히 ‘개발’과 ‘에너지 자원 확보’가 지상과제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용적인 외교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무엇을 위한 개발이고 어떠한 에너지가 그토록 필요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이번 경제협력이 우리의 관심 영역에서 멀리 있었던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퇴치하고 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한 아프리카인을 매년 초청하여 연수할 기회를 제공해 한국의 발전경험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하니, 아프리카와 한국 사이에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싶다. 그러나 우리의 개발 경험을 수출하기 전에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개발의 명암을 우리 스스로 솔직하게 성찰하고 사회적으로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당면하고 있는 양극화 문제와 환경 문제는 개발 경험에서 만들어진 이슈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개발 속에는 언제나 ‘환경 문제’와 ‘인권 문제’가 자리하기 마련이다. 곧 개발이 자연과 사람을 어떻게 다루는가 하는 문제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개발의 그늘만을 확대할 위험이 있다.

개발 문제보다 더 치열한 것이 에너지 확보 문제다. 이미 이라크 전쟁이 명확하게 보여준 바처럼 지금 세계는 에너지 확보를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예컨대 중국은 이러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고자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거대한 댐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댐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중국 윈난성의 루장(노강)은 인접국인 미얀마, 타이,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반도로 이어지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윈난성에는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26개 소수민족이 운집해 공존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댐 건설을 위해 이곳 소수민족에게 좀더 나은 집단거주지를 마련하고 이주할 것을 설득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먼저 이주했던 소수민족이 다시 깊은 산골 마을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오지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들이 생계를 꾸려갈 일감을 찾지 못했다는 현실적인 이유와, 다른 하나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시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불안감도 크지만 그보다는 현재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여유로운 삶을 즐기려는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이다.

한국은 앞으로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도 경제협력을 확장해 나갈 것이고, 그 가운데는 특수관계에 놓인 ‘북한 개발’도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곧 개발이 삶의 문제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을 새롭게 그리지 않으면 그것은 또다른 재앙의 서곡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사람이 자연의 일부이고 사람들 속에서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산골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상식이 우리에게도 지혜로 쓰여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기호/평화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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