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3.13 18:22 수정 : 2006.03.13 18:22

유레카

동물보호 운동을 한다는 프랑스 배우 브리짓 바르도가 몇 해 전 한국 개고기 음식문화를 야만적이라며 시비를 걸었을 때 국내에서도 찬반논란이 요란하게 벌어졌다. 사람과 친근한 개를 식용하는 데 대한 거부감은 자연스러운 것일지 몰라도, 그렇게 따진다면 소나 양이나 돼지를 먹는 것은 뭐가 다르냐는 반론도 있었다. 개고기 논쟁에는 다분히 서양에 대한 막연하지만 만연한 열등감이나 인종차별적 시각의 반감도 작용한다.

개고기를 한국인만 먹는 것도 아니고, 인간의 생존 자체가 다른 생명체를 파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엄연한 사실을 떠올린다면 논쟁 자체가 가소로운 것일 수 있다. 주변의 동물을 먹거리로 삼는 육식문화는 서양이 오히려 한참 선배뻘 아닌가. 채식주의자인들 생째의 곡물과 야채를 먹지 않고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차라리 그런 논쟁이 인간생존, 나아가 생명체의 존재 조건과 삶과 죽음의 순환관계에 대한 철학적 성찰, 그리고 생명 경시와 무절제한 음식문화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면 바르도에게 고마워했을 것이다.

그때 바르도에게 ‘푸아그라’라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고급요리를 당신도 즐기느냐고, 왜 그런 건 문제삼지 않느냐고 묻고 싶었다. 푸아그라는 거위 등 오리류의 부은 간을 재료로 한 엽기적 요리다. 그야말로 ‘간덩이’를 키우기 위해 산 거위 입에 억지로 먹이를 밀어넣는 장치들을 보면, ‘너나 잘 하세요’ 소리가 나온다.

프랑스 남서부에서 이달말 열 예정이던 격년제 푸아그라 견본시가 내년으로 연기됐단다. 유럽 전역을 움츠리게 만들고 있는 조류독감 때문인데, 관련업계와 미식가들 실망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프랑스에선 지난달 야생조류의 독감 감염 사실이 확인된 이래 가금류 제품 판매가 30%나 줄었고, 한국·일본 등 40여 나라가 프랑스산 조류 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독일은 개·고양이 외출 통제령까지 내린 상황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유레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