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6 21:03
수정 : 2006.03.16 21:03
유레카
1930년대 초 세계 경제를 휩쓴 대공항은 재앙이었다. 1929년부터 33년 사이에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7% 줄었다. 실업률은 3%에서 25%로 높아졌다. 다른 나라도 비슷했다. (〈맨큐의 경제학〉)
정치경제학자인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는, 〈자본의 반격〉에서 대공황은 생산 체제에서 후진적 부문에 잠재돼 있던 위협과 통제되지 않는 화폐금융 체제라는 두 요소의 영향이 누적된 결과였다며, “대공황 시기와 현재는 놀랄 만큼 비슷하다”고 말한다. 19세기 말에서 대공황까진 금융이 헤게모니를 쥐었던 시기인데, 그 후 후퇴했던 금융 헤게모니가 1970년대 말부터 신자유주가 융성하며 되살아났다고 덧붙인다. 이렇게 압축한다. “금융은 스스로 매우 위험한 활동의 자유를 얻게 되었는데, 대공황 이전 수십년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이런 자유는 국내적, 국제적 금융 활동의 극적인 증가, 통화 가치의 예측 불가능한 변동. 위험한 자본 이동 등 엄청난 불안정성을 가져왔다. 자본주의는 한때 문제가 됐던 일탈 현상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주 초 홍콩 〈아주시보〉에 실린 훙자오후이 중국 통계자료실 주관의 글은 다른 차원에서 공황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중국의 생산능력 과잉이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며 “앞으로 2년 동안 생산능력 과잉이 수출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면 새로운 연쇄 도산의 물결이 닥칠 수 있다”고 했다. ‘중국발 공황’ 가능성 경고다. 세계 경제에 어떤 파장을 끼칠까. 한국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
뜬금없는 걱정인가. 하지만 경기 변동이란 불규칙적이고 예측하기 어렵다. 〈자본의 반격〉이 책 말미에 던진 물음은 훙 주관의 진단과 어우러져 예사롭지 않게 들려온다. “자본주의가 금융의 과잉을 제어해 점진적 개혁이 나타날 것인가? 반대로 심각한 금융위기를 맞고 폭력적 전환이 일어날 것인가?”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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