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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0 18:07 수정 : 2006.03.20 18:07

최승일 대한상하수도학회장·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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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3월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집에 수도가 들어온다는 것이 커다란 기쁨이었다. 힘들여 물을 긷지 않아도 되고, 비누가 잘 풀려서 빨래도 쉬웠으며, 물을 잘 못 먹어서 배앓이를 하는 일도 없어졌다. 수인성 전염병균으로부터 안전한 수돗물의 공급은 인간의 평균 수명을 20년 이상 연장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최근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참살이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면서 수돗물은 불신과 불만의 회초리를 맞고 있다.

수돗물에 유해물질이 함유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냄새가 나고 맛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는 수도 사업자가 할말이 없다. 수돗물의 냄새는 소독약품인 염소나, 댐과 저수지의 오염으로 생긴 물이끼로 인한 흙냄새·비린내 등이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댐과 저수지를 정화하는 일은 쉽지 않을 뿐더러 아주 오랜 세월이 필요하다. 따라서 주민들의 욕구를 하루 빨리 충족시키려면 수돗물을 생산하는 정수장에 고품질의 정수시설을 설치하고, 공급관망을 정비하고 관리하는 일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 물에서 맛과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고 혹시 유입될지 모를 유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수돗물을 만들고 공급해야 할 책임이 있는 시장·군수 등 자치단체장들은 주민이 만족할 만한 품질 높은 수돗물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자치단체장은 인력이나 재원을 주민의 우선적 관심사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수돗물을 잘 만들겠다는 공약을 시장·군수의 우선적인 자질 요건으로 평가하는 유권자나 시민단체가 별로 없고, 수돗물은 아예 못 마시는 물로 치부하여 생수를 사먹거나 정수기 물을 마시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면 자치단체장이 수도 사업에 관심을 갖는 일은 요원할 뿐이다.

설치한 지 수십 년이 지난 수도시설이나 수도관은 시간이 지나면 낡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수도 사업 책임자인 자치단체장과 지역사회 및 주민들이 하루 빨리 낡은 수도시설이 주는 비효율을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도를 평가해 지원하는 방법들을 마련해야 한다.

수도 사업자와 주민 사이에 정보 교류와 신뢰 구축의 통로를 여는 일도 중요하다. 미국은 수도 사업자가 수돗물 품질 보고서를 발행하고 주민공지 제도를 운영한다. 수질기준 항목을 1·2·3급으로 구분해서 위해도를 관리하고, 만일 수도 사업자가 이를 위반하거나 위험한 수질사고가 발생하면 그 사실을 즉시 알려 주민들이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 정부도 이번에 수도법을 개정하며 주민공지 제도와 수돗물 품질보고서 발간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두 제도 모두 시민들에게 수돗물 정보를 바로 알려 신뢰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런 규정도 지역사회나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자세히 살펴보며 수도 사업자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새 청사를 마련하고 종합운동장을 건립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생활과 건강에 밀접한 영향이 있는 수돗물에도 관심의 무게중심을 둘 일이다. 주민은 관심과 애정으로 수도 사업자를 감독하고, 수도 사업자는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이 주민복지를 위해 가장 기본이라는 자세를 갖는 일, 이것이 품질 좋은 수돗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가장 필요한 두 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승일/대한상하수도학회장·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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