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27 18:59
수정 : 2005.02.27 18:59
지금 한국의 방송·신문·인터넷은 25살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한 여배우로 인해 충격과 비통에 휩싸여 있다. 나도 인터넷 신문을 통해 이 사실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은주씨의 자살은 최근 정황과 5장의 유서를 보아 심한 우울증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살 직전에 불면증, 정신적인 혼란과 갈등, 대인기피 등의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1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유서 내용을 미루어 볼 때 그는 1년 넘게 만성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보이며, 우울증 증상이 심해지면서 불면증으로 인한 수면 부족과 그에 따른 환상·환청 등의 정신분열적인 증상이 동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경우 응급 조처를 받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았다면 자살까지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2주 전 한 병원에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처방받은 약을 제대로 투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또 자살의 가능성을 내비쳤다면 반드시 입원 치료를 해야 하는데도 연예인이라는 신분의 특수성 탓에 안타깝게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것 같다.
만성우울증과 자살의 연관 관계는 매우 높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 대부분은 우울증을 앓은 병력을 갖고 있다. 나는 최근 이씨와 비슷한 증세를 갖고 있으며 보일러실에서 두번이나 목을 매 자살을 시도한 환자를 만난 적이 있다. 당장 입원을 시켜서 자살을 미리 막을 수 있었고, 퇴원 뒤 약물치료와 정신분석 상담치료를 통해 그의 우울증 증상을 많이 누그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질환이다. 실제로 성인의 70% 정도가 인생의 어느 한순간에 우울증 증세를 경험한다는 보고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들에게는 적절한 치료와 사랑이 필요하다. 주위 사람들도 이들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정신질환은 육체적 질환과 마찬가지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하나의 질병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씨의 죽음을 접하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그가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2주 전 신경과 진료를 받으면서 입원치료를 받았다면? 정신 상담과 치료에 대한 주위의 인식과 시선이 달랐다면? 그에게 마음을 함께할 친구나 상담자가 있었다면?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한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에 여러 아쉬움이 남는다.
윤성민/미국 뉴욕 큐시지시 아시안클리닉 정신요법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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