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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4 19:33 수정 : 2005.03.14 19:33

노무현 대통령의 안보 철학과 국방 비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주국방’이라 할 수 있다. 집권 초기 이를 주창했다가 ‘맹방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는 기득권 수구세력의 반발에 부닥쳤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작년 8·15 경축사에서는 ‘협력적 자주국방’으로 표현을 바꾸어 천명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의례적인 수사가 아닐까 했지만, 노 대통령은 지난 방미 때 북핵 관련 엘에이 선언에서 더욱 구체화한 의지를 서슴없이 피력했다. 그리고 최근 공군 사관학교 졸업식에서는 주한미군의 성격을 포함하여 전시 작전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진일보한 자주적 견해를 강하게 표명했다. 이러한 일련의 의지와 입장 표명을 보면 자주국방에 대한 대통령의 일관된 신념을 확인할 수 있다.

확고한 신념에 바탕을 둔 국군 통수권자의 이러한 미래 지향적인 안보관은, 강대국 눈치보기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사적 이익을 챙기는 데 익숙해 있는 기득권 수구세력의 입맛에 맞을 리 없다. 행여 아직도 오래된 관행과 타성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외교 및 안보 라인에 있다면, 그들에게 대통령의 안보관이 좋은 경종이 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에게는 자긍심과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희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주국방이 선언이나 주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자주국방을 충분히 뒷받침하고도 남음이 있는 경제력이 선결 요건이다. 그리고 자주국방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주변 안보 환경과 외교 상황이 조성되어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현재 우리가 놓인 상황은 확고한 한-미 방위동맹을 바탕삼되, 주한미군의 구실에 관해 미국과 발전적이면서도 원만한 협상을 계속해나갈 것을 요구한다.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상호 대등한 한-미 관계로 나아가는 길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여러 난제들을 어떻게 무리 없이 풀어나갈 것인가? 이 문제가 대북 문제의 순조로운 해결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 조건은 단지 ‘주어진’ 상황이 아니다. 요컨대 우리 스스로 어떻게 해석하고 그에 대처하느냐에 따라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 아무리 유리한 조건이 조성돼도 지도자의 일관된 비전과 리더십 그리고 국민적 지지 공감대가 불충분하면 기회를 놓치기 쉽다.

최근 동북아 안보 환경의 숨가쁜 변화와 조정의 흐름은, 우리의 국익이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 강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 방향이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가능성이 현실이 된다면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 동북아 안보 환경의 새로운 국면을 주도할 수 있는 현실 인식과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대통령이 표명해 온 자주적 안보관은 일단 바람직한 포석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아울러 국군 최고 통수권자의 자주적 안보관을 우리 국군 장병들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냉전 시대 독재체제 하의 안보 교육은 사실상 정권 안보 교육이었다. 민주주의를 짓밟은 세력이 스스로를 억지로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대북 적대의식 고취에 몰두했다. 굳이 교육해야 할 까닭이 없는 혈맹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귀가 아프게 되풀이하는 교육이기도 했다. 그런 교육이 북한의 미군 철수 주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는 적이 설정한 심리전 주제에 말려듦으로써 이미 상대에게 지고 들어가는 꼴이다. 시대착오적인 정치 교육은 진정한 안보 의식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표명렬/ 예비역 준장,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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