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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0 16:35 수정 : 2005.03.20 16:35

과거사 재조명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가 상영되는가하면 한-일협정도 다시 체결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일제 잔재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심어놓았던 군사문화를 이제는 온전히 떨쳐버릴 때다. 학교도 예외일 수는 없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학생 두발 문제다.

우리는 학생은 머리 길이가 짧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불과 100년 전만해도 ‘목은 자를지언정 머리칼은 자를 수 없다’고 들고 일어선 역사가 있는데 말이다. 그 바탕에는 일본 제국주의가 있다. 일제는 우리 민족을 통제·억압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게 했다. 또 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다. 정통성과 명분이 없는 정권은 국민을 힘으로 억눌러야 했고 학교에서부터 철저히 말 잘 듣는 순한 양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그 동안 학교에서 ‘왜요?’라는 말이 금기시되는 문화를 경험해야만 했다.

이제 우리는 민주사회에 살고 있다. 대통령도 탄핵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진전을 향유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학교에서만큼은 민주주의 원칙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교육청에서 아무리 ‘학생생활 규정은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정하라’고 해도 학교에서는 모르쇠다. 과거 전통으로 돌아가 머리를 무한정 기르자는 말이 아니다. 공교육기관이 민주시민 양성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제 잘못된 문화와 과거의 잔재를 떨쳐버리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머리 길이 1~2㎝를 따져 모든 학생에게 획일적인 용모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학생의 개성과 외모적 특성에 알맞은 단정한 용의를 갖추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따뜻한 마음과 비판정신을 갖춘 성인으로 자랄 수 있는지, 즉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은 고사하고 신체의 자유처럼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조차도 구속하면서 어찌 학생들이 법과 규정을 지키는 민주시민이 되기를 기대하겠는가? 비단 두발뿐이 아니다. 교문지도, 조기청소, 소지품 검사, 폭력에 가까운 체벌, 운동장 조회, 단체기합 등과 같이 학교 안에 온존되어 있는 일제잔재와 군사문화를 도대체 언제까지 내버려둘 작정인가.

권혁이/경기도 광명시 소하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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