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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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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문제는 주권국 사이의 영토를 둘러싼 분쟁이 아니라 양국 관계사의 근본에 관련된 문제이며, 해결을 외면한 채 논쟁 중이라며 미뤄둘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이 문제가 일어나자, 일본 신문의 사설, 주요 정치가들, 그리고 일본 외상의 성명은 대립을 부채질하는 언동을 억제해가며 우호 협력의 유지를 위해 노력하자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로는 사태를 타개할 수 없다. 독도 문제는 일-러 간의 북방영토 문제와 성격이 다르다. 쿠릴열도와 사할린이라는 아이누족의 땅에 쳐들어간 러시아와 일본은, 자신들이 지배했던 곳을 영토로 간주하며 서로 다퉈왔다. 2차대전 뒤 옛 소련이 사할린과 쿠릴열도를 모두 자신들의 소유로 만들어버린 데 대해, 일본은 그건 좀 심하다며 조금은 일본에게도 넘겨달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이대고 있지만, 까놓고 말하면 이런 얘기다. 따라서 분쟁이 있다고 해도 본질적 대립은 될 수 없다. 이에 비해 독도 문제는 두 나라 사이에 아무도 살지 않는 돌섬을 둘러싸고 오래 전부터 벌여온 싸움이 기초가 됐다. 일본이 이 섬을 다케시마라 부르며 영유권을 선언한 것은 조선을 점령하고 러시아와 한창 전쟁을 벌이던 때였다. 조선을 보호국으로 만들어 병합해 가던 식민지화 과정의 하나였던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패배 이후, 조선의 독립과 동시에 1946년 1월 미국 점령군 사령관의 명령을 통해 독도는 일본의 주권범위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조선은 독도를 포함한 모든 영토를 갖고 독립했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이 작은 돌섬은 식민지가 됐다가 해방된 조선(한국)의 상징이 돼 있는 것이다. 독도, 일 식민지에서 해방된 조선의 상징
일은 역사외면 말고 한국은 적극 설득을
때문에 정동영 상임위원장이 성명에서 독도를 “과거 식민지 침략의 과정에서 강제적으로 편입됐다가 해방으로 회복된 우리 영토”라고 주장한 데 대해 일본 쪽으로선 반론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가 식민 지배로 인한 손해와 고통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고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거둬들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한국 쪽의 주장이며, 거기엔 어떠한 타협의 여지도 없는 것이다.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룬 채 미래에 상황이 변한 시점에 해결하고 싶다고 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역사로부터 눈을 돌리는 것이다. 또한 일본 정부의 의중에는 일본 국내의 고양된 민족주의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이 지금이라도 과거의 식민 지배를 반성하고 사죄하는 마음에서 한국의 독도 영유를 인정하겠다고 말한다면, 조금이라도 한국 국민에게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가능할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의사를 나타내더라도 한국 국민에게 어떤 인상도 주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원래 일본이 이 섬에 손을 뻗을 수 있는 가능성은 현재도 앞으로도 전혀 없다. 그렇다면 이 기회를 호기로 삼아 독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 나라가 철저하게 토의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끌어내 일본 국민의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한다. 한국 쪽에선 독도는 일본과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함께 구현해나갈 동반자’라고 한다면,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일본을 위한 것이고, 양국 협력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일본인들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학자·전문가들의 토론에서 시작해 각계각층에서 토론해야 한다. 시마네현에 있는 시마네현립대학에는 북동아시아지역연구센터가 있어 이 지역의 협력을 추진하는 현의 두뇌집단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런 현의 의회가 역사에 대한 무지와 외교감각의 결여를 나타내는 결의를 추진했다고 하는 모순에 놀랄 뿐이지만, 사실은 일본 전체가 이런 모순에 놓여 있다. 이는 토론을 한다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영토 문제가 세 개씩이나 걸려 있어서는 동아시아 공동체도,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도 불가능하다. 일장기 태우는건 자제를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한국 국민의 정당한 분노는 이해하며 그것을 표현하는 시위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일본 국기에 괴로운 과거의 기억이 연결돼 있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일본 국기를 지금 태우는 것은 일본을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행위가 된다. 그것만은 어떻게든 그만두었으면 한다. 또 일부 보도는 한국 정부가 한-일 협정에 반영되지 않았던 일본군 위안부, 사할린 잔류동포, 원폭 피해자 등과 관련해 일본 쪽의 배상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대립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할린 피해자, 원폭 피해자에 대해선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상당한 노력을 해 왔고, 그것은 피해자들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여기에 대한 방침은 정확하게 표현했으면 한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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