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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3 19:38 수정 : 2005.03.23 19:38

며칠전 오후 6살 난 아이를 데리고 버스에 올랐다. 두어 정류장 지나 2명의 여학생이 탔다.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한 아이가 핸드폰에 온 문자를 읽으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일진에 해당하는 학생으로 지목되었으니 무슨무슨 경찰서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앉은 바로 뒷자리에, 2명씩 앉게 되어있는 의자에 한 명씩 떨어져 앉아 서로에게 큰소리로 계속해서 욕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하였다. 전화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안되겠다싶어 뒤돌아 그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여기 어른들도 계시고 어린 아이도 있는데 그렇게 큰소리로 계속해서 욕을 하면 되겠느냐. 조용히 이야기하라’고. 그랬더니 한 아이가 큰 소리로 웃었다. 그래서 내가 우스운 얘기한 거 아니니까 웃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돌아앉았다. 그 학생들은 뒤에서 계속 내 욕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엄마인 내게 존댓말로 질문을 하는 우리 아이를 보고 한 학생이 말했다. “야 너는 이다음에 애 낳으면 엄마한테 존댓말하게 가르치지 마. 열라 정 없다.”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뒤를 돌아보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 대체 몇 살이냐, 내가 너희들에게 한 이야기가 말 안되는 소리였냐, 이제까지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냐.” 그제서야 그 아이들이 주춤하는 듯했다. 그러고 돌아앉는데 마음이 가라앉질 않았다.

잠시 후 버스에서 내려 아이를 문화센터에 데려다 주고 서점에 들어갔는데 책 한권이 특별히 눈에 띄었다.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앉아서 한 시간 동안 그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경솔하게 아이들을 대했는지 깨달았다. 그렇게 화를 내지 말고 다정하게 이야기해 줄 것을…. 지난 10년간 학원에서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며, 아이들이 잘못되는 건 모두 그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내가 공공장소에서 크게 화를 내며 그들에게 일러주려 했던 것은 그게 아니었지만, 그 아이들에게 나는 또하나의 ‘재수없는 어른’으로 기억될 터이다.

학교 폭력을 근절한다고 온나라가 떠들썩한데 잠깐 돌아볼 일이다. 우리가 그 아이들을 혹 폭력 범죄자로만 취급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 미즈타니 오사무의 말처럼 그 아이들은 혼자 있을 때는 정말 너무나 ‘어린 아이’들일 뿐인데 말이다. 사랑과 관심이 필요해서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상처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우리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강현정/ 인천시 남구 숭의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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