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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7 20:52 수정 : 2005.03.27 20:52

도둑을 맞았다. 경찰에 신고해, 도둑이 잡혔다. 도둑의 집에서 그동안 훔친 물건이 나왔다. 경찰은 도둑을 다그칠 것이다. 어느 집서 훔쳤느냐고. 그래서 피해자에게 물건을 돌려줄 것이다.

에스케이텔레콤(SKT), 케이티에프(KTF), 엘지텔레콤(LGT) 같은 이동통신 업체들이 가입자들을 신청하지도 않은 부가서비스에 몰래 가입시켜 다달이 요금을 받아오다 적발됐다. 통신위원회가 시정명령과 함께 19억9천만원의 과징금까지 부과한 것을 보면, 꽤 많은 가입자들의 주머니를 턴 것으로 보인다.

수법은 이랬다. 가입자에게 전화를 걸어 “부가서비스를 한 달 동안 무료로 이용해보게 하는 행사를 하고 있는데 참여해 보라”고 권한다. 가입자가 응하면 가입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 다음 달부터 요금을 부과한다. 싫다고 하면 얼마 있다가 또 권한다. 왜 귀찮게 하느냐고 하면, 고객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권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예 가입자를 그냥 부가서비스에 가입시켜 놓고, 해지 요청을 하지 않으면 이용의사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요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몇 달 뒤 이런 사실을 알고 항의하면 “그동안 잘 이용하고 왜 딴소리를 하느냐”고 오히려 면박을 준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몇차례 적발돼,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았으나 근절되지 않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은 노인이나 아이를 공략해 동의를 받는 전략까지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 요금을 자동이체하는데다, 어떤 것은 월 천원도 안되는 소액이라 피해를 당한 사실조차 알기 어렵다는 점을 통신업체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가입자 개인별로 보면 더해졌는지도 모를 정도로 소액이지만, 모이면 큰 돈이다.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 가입자를 모두 합치면 7천만을 넘는다. 가입자 한 명에게서 월 천원을 더 받아내면, 월 700억원, 연간으로는 8400억원이 모인다.

가입자를 몰래 부가서비스에 가입시켜 요금을 받은 것은 다른 사례와 달리 피해자와 피해액이 다 드러나 있다. 따라서 가해자인 통신업체에게 피해자를 찾아내, 몰래 받은 요금을 돌려주도록 해야 하는 게 옳다.

하지만 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에는 이런 주문이 포함되지 않았다. 요금 반환을 주문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무거운 과징금을 통해, 통신업체들이 가입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챙긴 이익을 회수했다고 했다. 몰래 받아간 요금을 돌려받고 싶으면, 개별적으로 재정신청을 하란다.

이동통신 업체들도 한결같이 “피해자를 찾아내 요금을 돌려주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가입자들의 주머니를 몰래 털어 놓고, 돌려주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란다. 소비자들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정부도 이런 통신업체들을 두둔한다는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도 세게 나갈 수밖에 없다. 부가서비스에 몰래 가입시킨 행위를 개인정보 침해로 몰아가는 것이다. 방법도 간단하다.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신고하고,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조정 신청을 하면 된다. 몰래 받아간 요금 반환은 물론이고,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피해보상까지 받아낼 수 있다.

서울에서는 1336번으로, 이동전화나 지방에서는 (02)1336번으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면 된다. 이 곳에서는 피해자의 신고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를 가해자로 지목된 기업에게 입증하게 한다. 거짓이란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사실로 간주해 피해보상을 하게 한다. 이미 30만~50만원을 보상하라고 결정한 사례도 여럿 있다.

미국은 엔론사태 이후 만든 법(SOA)에서 기업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침해해 소송을 당한 경우, 주주들이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요구할 수 있게 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업체들을 대상으로 적용하면서 국제표준화기구(ISO)를 통해 외국으로 전파하고 있다.

가입자들이 통신업체들의 개인정보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통신업체들의 경쟁력을 길러주는 길이기도 하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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