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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29 18:44 수정 : 2005.03.29 18:44

얼마 전 저출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산부인과에서 10년 이상을 산모들과 지내온 나로서는 개인적으로도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이를 가진 예비엄마들의 마음은 상당히 복잡하다. 사랑의 결실을 보았다는 기쁨과 동시에 새로운 생명을 태어나게 한다는 데에서 책임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에는 젊은 산모들의 걱정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좀더 현실적인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를 낳으면 ‘과연 누가 이 아이를 키울 것인가’ 하는 양육에 대한 걱정이 앞서게 된다.

지금은 낳는 것보다 키우는 것이 더 걱정인 시대다. 육아휴직이 있기는 하지만, 요즘 같은 불황에 육아휴직을 떳떳하게 쓸 수 있는 직장이 얼마나 있을까?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에게 맡길 수도 있지만, 요즘엔 옛날과 달라서 흔쾌히 맡아주는 경우는 별반 없는 듯하다. 아이가 더 자라면 사교육비다 뭐다 해서 들어가는 비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 국가에서 양육비를 보조해주고 보육시설 등의 공공시설을 확대한다는 등의 소식은 대단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와 함께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이들에게도 눈길을 돌려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불임부부가 64만쌍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이 중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부부는 12만명 정도다. 이들은 아이를 갖기 위해 1회에 200만~300만원에 이르는 시험관 시술을 몇 차례나 한다. 더욱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모든 것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지만,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에 빚을 지는 한이 있어도 그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인 모든 고통을 감수한다. 그래서 불임센터의 산모들은 가끔 정부에서 조금만 지원해주면 저출산 문제는 자신들이 해결해줄 수 있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얼마 전 내가 일하고 있는 병원의 불임센터에서 몇 년에 걸쳐 시험관 시술을 받았던 부부를 만났다. 이들 부부는 아이를 갖기 위해 빚을 지면서도 열심히 노력을 해온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유난히 부부의 얼굴빛이 밝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드디어 시험관 시술에 성공해 아이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임신 3개월 정도 되어 입덧이 있지만, 너무 행복해서 힘든지도 모르겠다며 즐거워했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상황이고,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예전처럼 어정쩡한 정책보다는 불임부부에게 지원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유럽, 미국, 일본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험관아기 시술 비용을 정부가 전액 또는 일부 부담하고 있다.

부디 불임으로 고통받던 사람들이 새 생명을 갖고, 그 생명으로 인해 미소짓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김명현/장스여성병원 간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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