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31 18:43
수정 : 2005.03.31 18:43
“결론은 역시 안날 겁니다. 그 불신의 상처는 예전처럼 미술시장이 통째로 입을 거구요…”
미술판을 들끓게 한 대화가 이중섭의 유족 소장 그림 진위 논란(<한겨레> 28일치 14면)을 지켜본 한 중견 화랑주는 “화랑가의 위작 논란에 납득할 만한 결론이 난 적이 있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경매사 서울 옥션(대표 이호재)이 위탁 판매했다 말썽이 된 유족 소장품 진위 다툼은 유족과 감정단체의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30일 옥션쪽이 판 그림 4점의 위작판정 결과를 발표하자 유족 쪽은 ‘특정 단체와 개인의 추태’라며 법적 대응까지 내비쳤다. 협회 쪽에선 유족들이 고인 60주기를 앞둔 시점에서 불쑥 작품을 꺼낸 의도를 따지며 ‘음모론’을 흘리고 있다. 90년대 변관식, 천경자씨 위작 논쟁처럼 갈수록 감정대립으로 본질이 뒤덮이고 있는 것이다.
협회 쪽이 근거를 제시한 만큼 유족들도 명시적인 소장 경위 등을 밝혀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정작 미술인들의 안타까움은 이런 해묵은 논란의 배경인 진위 감정 시스템에 대한 성찰이 별로 없다는 쪽으로 모아지는 듯하다. 감정은 유족과 화상, 미술학자 등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 피카소, 칼더 등 외국 거장들은 유족들이 생전부터 전문가들과 함께 작가 연구와 기준작 등록사업을 계속해왔다. 그 결과 유족 재단의 목록 등록 여부가 진위작의 결정적 잣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국내 화랑가는 유족 내부 갈등이나 화상 사이의 이해 다툼으로 통합적인 기준작 등록은 요원하다. 화랑협회 감정위원회와 최근 생긴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작가별 기준작 등록작업을 하고는 있지만 두 단체들은 감정 주도권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스스로 권위를 깎아먹고 있다. 2003년 도상봉의 꽃 그림을 놓고 화랑협회는 가짜로, 감정협회는 진짜로 엇갈린 판정을 내렸던 것이 그렇다. 미술인 ㄱ씨는 “이중섭 50주기가 되도록 유족과 화랑계 사이에 공유할 기준작 범주조차 정하지 못한 사실부터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