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31 20:46
수정 : 2005.03.31 20:46
하나 하나 기초공사를 통해 뼈대를 만들고 그 속에 배수관과 전기선, 인터넷 전용선도 깔고 상하수도 시설도 연결하고, 창문도 달고, 벽지도 바르고, 이것 저것 필요한 것들 모두 다 해놓고 보면 하나의 집이 완성된다. 요즘은 건축기술이 상당히 좋아져서 집을 만드는 시간이 과거보다 많이 단축된 것 같다. 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완공만을 목표로 하는 것에 따른 부실공사란 꼬리표는 아직도 없어지지 않은 것 같다. 태풍이 불거나 폭우가 쏟아지면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벽면에 균열이 생기는 그런 집은 여전히 존재한다. 갑작스레 과거의 내 마음속 집도 부실공사 상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집을 짓고 산다. 건축물이 탄생되는 것도 처음엔 건축물을 만들어야겠다는 사람 마음속 집 짓기에서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음속의 집을 짓고 산다. 그 집이 없었다면 지금 이 순간 그렇게 좋다는 직장을 나와서 이 고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 악물고 자발적 실업을 견뎌내는 것은 내 마음속 ‘아나운서’라는 그 집이 현재 공사중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한지 2년을 꽉 채우고 3년째에 접어들었다. 떨어지기도 숱하게 떨어져 보고 무지하게 아파했었다. 그때마다 방송국 사장부터 시작해서 국가 언론정책까지 비판하고 아예 세상에 대한 비판의 시를 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다. 그 때 나는 내 마음속의 집을 너무 빨리 완공시키려 했었구나! 그 때 나는 조바심을 갖고 빨리 내 꿈을 이뤄야겠다는 조급증에 걸려 있었다. 아마도 그 조급증은 내 마음의 집을 부실공사로 이어지게 했고 시험의 실패로 인한 태풍은 내 집을 속속들이 부숴버렸던 것이다. 태풍으로 인해 내 마음속의 집을 빼앗겼던 나는 어느 대기업에 묻지마 취업을 했다. 아나운서의 집을 잠시 허물은 채 조급한 마음에 일단 먹고 살집부터 만들어 보자고 또 다른 집 설계에 들어갔다. 하지만 꿈이 없는 나의 집은 1년이 지나고 다시 태풍이 불자 또 무너지고 말았다. 다시 직장을 벗어난 나는 이번만큼은 튼튼한 집을 지으려고 노력 중이다. 꿈이 있는 집, 기초공사가 튼튼한 집, 태풍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그런 집을 말이다.
최근 취업난이 한 창이다. 같은 처지에서 취업 준비생들께 말씀 드리고 싶다. 빨리 마음속의 집을 완공하려 하지 말라고. 무엇보다도 꿈이 있는 집이어야 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튼튼한 집이 되어야 태풍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이다. 꿈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대한민국 청년들 파이팅이다.
오상준/아나운서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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