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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1 20:16 수정 : 2005.04.11 20:16

‘긴급성 중독’이라는 말이 있다. 일을 처리할 때의 흥분과 성취감 때문에 그것에 익숙하게 되고 심하면 의존까지 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관련 조사가 시행된 바 없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이미 긴급성 중독 위험수준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분주하게 처리하며 산다. 자신의 삶의 방향과 위치에 대해서는 일단 보류. ‘왜냐하면, 지금은 바쁘니까’.

한국과 같은 경쟁으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우리는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 초등학생들은 2개 이상의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친구 사귀기가 어렵고, 대학생과 취업재수생에게 취업문은 바늘구멍 같기만 하다. 직장인들은 구조조정이 겁나고 우리의 아버지들은 술 문화에 지쳤다. 바쁜 것이 당연하고 미덕인 사회다. 급기야 바쁜 상태가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진다. 아이러니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바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지만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어쩔 줄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가엾다. 가여운 사람들 중에는 나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

빨리빨리와 무표정한 얼굴의 종종걸음, 회색빛이 거리를 채우는 긴급성 중독 사회 중앙에 서서 “이제 그만!”을 외치고 싶다. 바쁨공화국 경쟁특별시에 살면서도 초연하게 여유로움을 잃지 않으며, 주변 곳곳에 최선을 다해 시선을 맞추는 초록빛 웃음을 가진 사람이 그립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지금 열심히 바쁘게 살면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과연 그럴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쁘다는 것과 여유를 지닌 자가 되는 것은 순차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도 이룰 수 있으며, 무엇보다 여유는 삶을 즐기는 사람이 가져야 할 필수조건이다. 삶을 소풍처럼 줄기고 휘파람 불며 쉬어갈 줄 아는 지혜는 그리도 얻기 힘든 것일까?

당신은 지금 바쁘신가요? 어느 유행가 제목처럼,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요? 잠깐만요, 5분이면 충분해요.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요?

임효정/서울시 마포구 마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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