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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2 19:12 수정 : 2005.04.12 19:12

40톤 덤프트럭의 굉음이 엄마의 귀를 괴롭힌다. 엄마는 인도를 구분할 수 없는 좁은 흙탕길에서 어디로 피해야 할지 당황스럽다. 왠지 불안한지 엄마는 아이의 손을 꼬옥 잡는다. 아이는 한번씩 거부해 보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는 더 강하게 손을 움켜쥔다. 엄마는 공사장의 덤프트럭이 지날 때마다 저절로 몸이 움찔하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안도의 한숨을 쉬지만 엄마는 여전히 답답한 가슴은 어쩔 수 없다.

이것은 동네 주변의 대규모 개발현장이면 쉬이 접하지만 직접 당하지 않으면 지나친다. 이처럼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어린이의 보행안전은 방치되는 듯하여 씁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률이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고, 전체 보행사고의 25%가 어린이사고다. 통계상으로는 어린이보호구역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한 예로 고양시에는 풍동이나 일산2지구, 국제전시장, 가좌지구 등 대규모 개발지역이 있다. 개발지 주변의 선량한 시민들은 문제의식 없이 내가 조금 참으면 되겠지 하고 피해를 감내한다. 문제를 의식하기보다는 인내의 미덕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이러한 어른들의 무관심과 인내 속에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풍동지역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사업으로 인하여 어린이들의 보행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도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지역문제를 다룬다는 것이 쑥스러웠지만 일단 확인이 필요했다.

현장은 일반 현장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바로 옆에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바다의 별 어린이집과 풍동어린이집이 위치하고 있었다. 다른 용도도 아니고 4살부터 7살까지의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시설물이라는 것만 하더라도 조심스러운 곳인데, 이들 어린이들을 위한 보호나 안전시설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보아도 어린이들이 이용하기에는 불안한 환경이었다. 그런데 누가 만들었는지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푯말은 찌그러져 있었고 어린이들이 보행할 수 있는 공간은 물이 질퍽한 1m 정도의 도로였다. 경계석과 질퍽한 물, 이는 오히려 보행에 불편을 주는 느낌마저 주었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은 초등학교, 유치원생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공간이다. 이 구역에는 신호기를 비롯한 안전표지, 도로반사경, 과속방지시설, 미끄럼방지시설 등을 설치하도록 할 수 있고 필요하면 자동차의 통행금지와 제한시간까지 정할 수 있다. 그러나 풍동지역 공사장에는 고려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동안 안전에 무감각했다. 사고가 나기 전에는 항상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지하철과 같은 대형사고 때에도 그랬다. 앞으로 풍동지역의 공사는 1~2년 더 걸린다. 공사현장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자.

먼저 공사를 책임진 대한주택공사는 안전대책을 새롭게 점검하면 좋겠다. 공기업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기를 바란다. 현장소장에게 이 상황을 전하지 못해 안타깝다. 지방자치단체도 대형공사장을 찾아 안전문제를 사전에 확인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를 바란다. 현장을 맡은 기업은 비산먼지나 소음공해 등 지역 주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망과 방음벽 설치 등 배려가 필요하다. 이제 어린이보호를 위해 어른들의 관심이 시급하다. 그동안 무심했던 본인도 반성하면서 먼저 지방자치단체라도 어린이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해 법적으로 개선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동환/ 연세대 연구교수 사람의도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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