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17 21:16
수정 : 2005.04.17 21:16
최근 독일 경제 주간지 <비르츠샤프츠 보헤>가 ‘한국인들이 온다-삼성, 현대, 기아, 대우, LG’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제목의 ‘한국인’은 결국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을 뜻한다. 중저가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기술 고급 상품 이미지로 유럽 시장을 누비고 있다는 뜻이리라. 문화적 취향이 까다로운 유럽 소비자들에게는 문화 마케팅 전략이 유효하다. 아니나 다를까 삼성전자는 러시아의 볼쇼이 극장을 1991년부터 후원해왔다. 독일에서는 훼손 문화재 복원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돔 성당 복원 현장도 삼성의 초대형 광고물로 덮여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삼성’이라는 찬탄은 이르다. 우리나라는 올 10월에 열리는 제57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이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110여 개 국에서 온 6700여 참가사들이 출판물 및 상품을 전시하는 세계 최대 도서전이자 문화 올림픽이다. 출판 비즈니스의 현장이자 전 세계 작가, 지식인, 예술인들이 모이는 이 문화 마당을 취재하는 기자 수만 해도 1만2000여 명이다. 더구나 주빈국은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어 유럽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된다.
이런 기회의 마당에 ‘한국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주빈국 조직위원회나 대한출판문화협회를 통해 듣기로는, 아직까지 주빈국 후원 의사를 밝힌 기업이 없다. 물론 기업의 후원 의지를 이끌어 내려는 조직위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적극적인 노력을 전제로 하지만, ‘한국인들이 온다’고 대서특필될 정도로 유럽 시장에 적극적이던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볼쇼이 극장과 돔 성당 복원 후원에서 보여준 문화 마케팅 감각의 절반, 아니 10분의 1이라도 내줄 것을 ‘한국인들’에게 호소한다면 구차스런 일일까? 올 가을 프랑크푸르트에서 돔 성당을 가기가 왠지 꺼려질 것 같다.
표정훈/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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