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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8 18:49 수정 : 2005.04.18 18:49

경희(가명)는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다. 오늘도 그는 첫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강의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섰다. 순간,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던 사람들의 눈길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 강의를 하고 있던 교수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경희는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자리에 앉지 않고 강의실 창문 쪽으로 가서 혼자 중얼거리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교수는 그런 경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수업을 계속 진행했다. 그러나 수업을 듣고 있던 학생들은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 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이런 일들은 그날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경희는 정신지체를 가진 장애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냥 비장애 학생들과 똑같은 강의실, 똑같은 내용과 형식의 수업을 받고 있다. 경희는 수업 내용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지적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수업시간에는 다른 생각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수업을 같이 듣는 학생들의 물건에 손을 대거나, 수업 도중 자꾸 반복해서 혼잣말을 한다.

장애인에 대해 편견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찌해야 할지 아무런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한 때문인지 일반적으로 교수들은 경희와 같은 장애학생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수업도중 수업의 흐름을 깨면 어쩌나 전전긍긍 하면서 그냥 무시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보상이라도 하듯 그들에게 평균이상의 점수를 주는 것으로 눈감아 버린다.

1995학년도부터 많은 장애인들이 그 해에 시행된 특수교육 대상자 대학입학 특별전형제도에 힘입어 대학의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들은 일반 대학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지적능력이 되지만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장애인에 대해 나름대로 배려를 아끼지 않는 국내 유수의 대학들도 정신지체장애인에 대한 몰이해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걷지 못하는 지체장애 학생들에게는 전동 휠체어를 대여해 주고, 시각장애 학생들에게는 활동보조원을 붙여주거나 점자책을 만들어 제공해 주고, 청각장애 학생들에게는 문자통역이나 수화통역 등을 통하여 장애학생들이 비장애 학생들과 통합교육을 받는데 지장이 없도록 최첨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신지체장애 학생들의 경우 아무런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해마다 정신지체장애 학생을 입학시키고 있다. 단순히 대학입학의 기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대학입학의 기회와 함께 정신지체장애 학생들에게도 적절한 교육과정이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그들에게 맞는 개별화된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것은 일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지체 장애학생이 있는 모든 대학의 문제가 된다. 일주일에 15시간정도 직업교육이라든가, 생활지도 등 개별화된 교육을 실시하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한다. 물론 통합교육이 빠져서는 안된다. 오전에는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전공수업에 관한 통합교육을 받도록 하고 오후에는 그들에게 맞는 교육을 받도록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야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사회성 개발이라든가 그들이 정말 정서적으로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준다든가, 개개인에게 맞는 개별화 교육 프로그램 등이 시급하다. 그 중에서도 지금 시급히 이루어져할 것은 개별화 전환교육 프로그램이다. 일반 교과과정을 인지하지 못하는 그들에게는 맞춤형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능검사를 통해서 그들이 어느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한 다음에 반복훈련, 사회적응훈련, 직업훈련, 생활지도 훈련 등 개별화 교육을 적용시켜야 한다.

김시내/전주시 덕진구 동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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