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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8 18:51 수정 : 2005.04.18 18:51

김법민(문무왕) 이혼(광해군) 유길준 노무현이 2005년 4월 굽이치는 역사의 강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중국에서 반일시위가 격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를 한국이 자극했다고 보고 있어요. 자신들이 반역사적 망동으로 자초한 일인데 남 탓만 합니다. =한국이 동북아 균형자 구실을 한다는 말이 되네요, 뭐! 하기야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을 아시아의 반장으로 뽑자고 했더군요.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려는 꿍심이고, 일본은 이를 기화로 또다시 패권주의를 관철하려 하고 있어요. 과거를 속죄하지 않는 교만도 이 때문입니다. 주한미군이 대북억지에서 동북아 기동군으로 임무를 바꾼다면 자칫 전쟁에 말려들 수 있습니다. 경제·군사적으로 떠오르는 용과 같은 중국과 적대하면 안 돼요. 주한미군 기지를 대만 문제 등에 활용하려고 할 때 한국은 안 된다고 말해야 하고,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번영을 위해 따질 것은 따질 것입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협력하지만, 우리의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이나 행동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생존 문제에서는 단호해야 합니다. 당나라가 백제땅을 준다는 동맹 당시의 약속을 어기고 우리 신라까지 먹으려는 본색을 드러냈을 때 나는 즉각 당에 선전포고했어요. 마침 실크로드 장악을 둘러싸고 당과 토번 사이에 전쟁이 일어난 정세를 십분 활용했지요. 결국 동시에 두 전쟁을 치르기 어려웠던 당군은 7년 전쟁 끝에 철수했습니다. 그때 만큼이나 지금도 중요한 고비입니다. =역사에는 굽이가 있습니다. 그때를 슬기롭게 넘겨야 합니다. 지금이 그런 때입니다. 저도 명나라와 신흥세력인 후금 사이에서 사직을 보전하느라 마음고생 많이 했습니다. 명의 요구로 1만명을 파병하면서도 강홍립에게 후금의 미움을 사지 않도록 신중히하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였습니다. 이른바 ‘양단’(兩端) 정책을 쓴 것이지요. 그때 명의 모문룡이란 장수가 우리 땅으로 넘어온 명의 패잔병을 모으며 후금의 신경을 건드려, 바다가 유리하다는 명분으로 서해의 가도란 섬으로 몰아 주둔시키고 상전처럼 대접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약소국의 비애가 사무칩니다. =그 놈은 자신의 성이 털 모(毛)이니 가죽에서 살아야 한다며 섬 이름까지 피도(皮島)로 바꾸었다지요? =예, 게다가 많은 사대부들이 명을 조국으로 떠받들던 때라 안팎으로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그때라고 달랐겠습니까. 눈에 선합니다. =양단 정책이 반정으로 좌초하지 않았으면 호란도 겪지 않고 후금이 세운 청과도 대등하게 발전하면서 전혀 다른 역사가 전개됐을 텐데요. =박근혜 대표는 고종황제의 중립론을 폄하했더군요. 1885년에 처음 중립론을 제기한 유 선생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나라와 백성을 보위해야 하는 나랏님의 고뇌를 너무 헐값 취급한 느낌입니다. 약소국은 현실을 직시해 그 상황에 맞게 살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토번이 공격하는 때를 잡아 당을 협공했고, 명의 지원을 끌어내 왜적에 맞섰습니다. 고종 또한 당시 조선의 살길은 중립뿐이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다만 때가 너무 늦었어요. 러시아와 일본이라는 두 신흥세력이 이 땅에 침을 발라놓은 뒤였으니까요. =균형자론은 어떻습니까? =중립이 소극적인 균형잡기라면 균형자는 적극적인 중립주의라고 할 것입니다. 우리 역량이 커진 데 따른 자연스런 결과로, 과도한 설정은 아니라고 봅니다. =유 선생은 중국의 주선을 통해 중립을 성취하려 했습니다. 우리를 사실상 속국으로 여기던 중국의 힘으로 중립을 성취하려 한 것은 마치 요즘 한-미 동맹이란 한쪽 축에 포함돼 있으면서 균형자 구실을 하겠다는 것처럼 현실과 목표 사이에 큰 괴리가 있습니다. =한반도에 열강의 군대를 들이지 않아 중국의 동쪽 근심을 없애주는 대신 중국의 영향에서도 벗어나려는 나름의 묘계였습니다. =한-미 동맹을 축으로 한다는 데는 동북아 평화라는 큰뜻의 공유와 협력에 대한 기대가 반영돼 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균형자론은 5·16 쿠데타 이후 숙청당한 ‘중립화론’을 40여년 만에 해방하고 복권시키는 의의도 있다고 봅니다.

조상기 논설위원 tum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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